일의 언어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외 지음 / 이종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332쪽│1만7000원
[ 최종석 기자 ] 생활용품 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P&G)은 2000년 대 초반 중국에 일회용 기저귀 시장을 열며 성공을 확신했다. 대소변을 빠르게 흡수하는 탁월한 기저귀 성능에 소비자들이 환호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대규모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판매 성과는 저조했다.
P&G는 베이징 소아과병원 수면센터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일회용 기저귀를 찬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30% 더 빨리 잠들고 30분 더 잔다”며 잠을 잘 자는 아이의 지능이 더 발달한다고 알렸다. P&G는 아이들의 학업 성적을 중시하는 중국 부모의 호응을 끌어내며 2013년 약 16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P&G의 중국 시장 개척은 ‘소비자가 원하는 건 드릴이 아니라 벽에 뚫린 구멍’이라는 마케팅 명언을 보여주는 사례다. 고객은 제품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원한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일의 언어》에서 기업 혁신과 소비자 행동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을 내놓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소비자는 어떤 제품을 단순히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해 그것을 ‘고용(hire)’한다. 만약 그 일을 해내지 못하면 그 제품을 ‘해고’하고 문제를 해결해줄 또 다른 제품을 고용한다. 그는 이를 ‘할 일 이론(Jobs Theory)’이라 칭하며 “소비자가 해야 할 일을 파악할 수 있다면 사업의 성장 방법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을 갖게 되고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혁신의 원인과 결과를 설명할 때 적절한 어휘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가 고용과 해고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특별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기’와 ‘팔기’의 과정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을 시각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또한 ‘구글하다’ ‘제록스하다’ ‘페덱스하다’ 등처럼 소비자가 해야 할 일을 완벽히 해내는 제품 브랜드는 해야 할 일과 동의어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원제는 ‘행운에 맞서기(Competing Against Luck)’다. ‘혁신이 성공하려면 어느 정도 운이 따라야 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저자는 ‘고객의 할 일 파악’을 혁신의 바탕으로 삼는다면 전략은 더 이상 행운에 기댈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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