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법인서 2000억 콜옵션 행사
두산인프라코어·CJ푸드빌 등도 줄줄이 조기상환 가능성
사실상 만기 3~5년 채권 '전락'
[ 김익환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20일 오전 4시24분
CJ제일제당이 국내 비금융 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조기상환(콜옵션 행사)했다. 영구채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영구채를 재발행했다. 콜옵션을 행사해 단기간에 영구채를 갚아버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만큼 영구채를 자본으로 분류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인도네시아 법인인 PT CJ인도네시아(이하 CJ인도네시아)는 이달 2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CJ인도네시아는 비금융 회사 가운데 최초로 2012년 4월26일 영구채 2000억원을 발행했다. 이 회사는 당시 영구채 발행일로부터 5년 이후인 2017년 4월에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CJ인도네시아는 영구채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9일 재차 영구채 2000억원어치를 아리랑본드(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발행하는 원화표시채권) 방식으로 발행했다. NH투자증권이 주관사로 발행실무 등을 맡았다. CJ제일제당이 CJ인도네시아의 영구채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기로 했다. 발행 금리는 연 3% 후반대다.
이 영구채 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사의 요청으로 연장할 수 있다. CJ인도네시아는 이번에 발행한 영구채에도 발행일 5년 뒤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영구채 상당수를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하기로 했다. 나머지 영구채는 사모펀드(PEF)인 ‘메리츠CJIA전문투자형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에서 사들일 예정이다. CJ제일제당과 CJ인도네시아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영구채 발행금액을 전부 자본으로 계산해 회계처리한다. IFRS에선 사실상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영구채를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다.
CJ제일제당처럼 올해 영구채 콜옵션 행사 기간이 찾아오는 두산인프라코어 CJ푸드빌 신세계건설도 채권을 조기 상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제시한 만기와 상관없이 조기 상환해 영구채를 갚는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영구채가 사실상 만기 3~5년에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채권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앞서 회계기준원과 금융감독원은 영구채 발행사가 조기 상환할 의무가 없는 만큼 IFRS 규정에 따라 자본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해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도 “영구채 콜옵션을 무조건 행사한 것이 아니다”며 “발행금리를 낮출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돼 이자비용 절감 차원에서 옵션을 행사하고 재발행했다”고 말했다.
IB업계에서는 영구채 발행사·투자자가 콜옵션 행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영구채 상당수를 부채로 회계처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신용평가사도 비슷한 이유로 영구채 금액의 일부만을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영구채 발행금액의 30~60%가량을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015년 6월 발행한 신세계건설의 영구채 500억원을 전액 부채로 규정했다. 영구채 콜옵션 행사 사례가 실제로 나온 만큼 영구채 금액의 자본인정비율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 영구채(永久債)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는 채권. 채권과 주식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어 하이브리드 채권으로도 불린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발행사가 사실상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영구채를 자본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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