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40여개 이슬람 국가의 대(對)테러 연합체가 곧 창설될 모양이다. 명칭은 ‘이슬람 군사동맹(IMAFT)’.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비슷해 ‘무슬림 나토’로도 불린다. 설립 취지는 테러와의 전쟁이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중동의 지하드 조직, 서아프리카의 보코하람 등을 격퇴하고 회원국을 보호하는 게 임무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본부를 두고 강력한 기동부대를 운용하면서 용병까지 고용한다고 한다.
유엔 평화유지군을 닮았지만 속내는 그렇지도 않다. 군사동맹이 아니라 종파동맹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주도국인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다. 최대 라이벌이자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제외됐다. 같은 시아파인 이라크를 비롯해 시리아·아프가니스탄 등도 배제됐다. 수니·시아파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대이란 전선으로 갈등을 더 부추길 수도 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양측의 종파 대립은 1400여년간 ‘피의 전쟁’을 불러왔다. 여기에 민족적 차이까지 겹쳤다. 이란은 이슬람국이긴 하지만 아랍국가는 아니다. 언어와 생김새가 영 다르다. 대부분이 아리아족이다. 중동 최다 인구(8100만명)에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라는 자부심도 강하다. 세계 무슬림 인구 85%가 수니파, 15%가 시아파다. 그 중 시아파의 대부분이 이란에 있고 그 다음이 이라크에 산다. 이런 상황에서 ‘무슬림 나토’가 이란·이라크 내 시아파도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하니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요동치는 중동 정치 지형이다. 그 한가운데에 시리아가 있다. 시리아는 수니파 세력과 이란의 완충 역할을 하는 방파제와 같다. 시아파 쪽인 아사드 정부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사우디 등 수니파는 반(反)아사드 편이다. 게다가 비(非)아랍 수니파 국가인 터키까지 얽혀 있다. 나토 회원국이자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터키는 IS세력보다 쿠르드민병대를 몰아내는 데에 관심이 쏠려 있다.
역외 강국들의 이해까지 걸려 있다. 미국은 반아사드, 러시아는 친아사드 쪽이다. 시리아 내전으로 6년간 40만명이 숨지고 80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난민 사태는 중동을 넘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부추겼다. 결국 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테러전을 앞세운 ‘무슬림 나토’가 언제든지 화약고로 변할 수 있다. 주변 열강의 각축 속에 북한 핵까지 상대해야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드’ 하나에도 허둥대는 한국 외교로서는 거기까지 눈 돌릴 틈도 없겠지만 ….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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