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가사소송법 손질
'원영이 사건' 재발 장치 마련
[ 이상엽 기자 ] 앞으로 부모가 이혼할 땐 미성년 자녀의 의견을 반드시 듣도록 가사소송법이 바뀐다. 1991년 법이 제정된 지 26년 만의 전면 개정이다.
법무부는 2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가사소송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 국회 동의 등을 거쳐 이르면 7월 안에 개정 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미성년 자녀의 권리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우선 절차보조인 제도를 도입해 재판 과정에서 미성년 자녀를 돕는 방안을 마련했다. 가사재판의 결과는 미성년 자녀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도 그동안 부모의 이혼사건 등에서 미성년 자녀가 재판에 참여하기는 어려웠다. 변호사나 심리학·아동학 전문가 등을 절차보조인으로 법원이 지정하면, 이들이 미성년 자녀의 의사를 파악해 재판 과정에서 미성년 자녀를 돕는 역할을 맡는다.
작년 2월 이혼한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사망한 ‘원영이 사건’이 절차보조인 도입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친부의 거부로 면접교섭권(만나거나 전화·편지 등으로 접촉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지 못한 친모는 자식이 학대받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제도 개선 여론이 확산됐다. 또 미성년 자녀가 부모의 이혼 등 자신의 복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건에서 의무적으로 의견을 내도록 했다. 현재는 이혼 사건 등에서 자녀의 친권자와 양육자를 지정할 때 13세 미만 자녀의 의견은 듣지 않아도 된다.
개정안은 또 미성년자, 정신적 장애인과 같이 행위능력이 제한돼 민사소송을 혼자 낼 수 없는 사람도 의사능력이 있으면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의 원고로서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했다. 가사사건에서는 당사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미성년자 등에게도 소송의 주도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개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이번 개정안은 기존 가사소송법에서 불충분했던 많은 요소들을 수정하고 필요한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며 “특히 이번 개정으로 가정 내 미성년자들의 권익이 더욱 향상되고, 가사소송절차에서 미성년자의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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