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TK 안철수로 '쏠림' 뚜렷
보수층 안철수 지지율 50% 육박…TK서도 40% 안팎으로 1위 질주
홍준표·유승민 합해도 20% 안돼
거품론 vs 역대세론 '팽팽'
"안희정 지지자·보수층 일시 이탈,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 있다"
vs "보수 후보 당선 가능성 낮아, 현재 추세 계속될 개연성 높다"
[ 이재창 기자 ] 대선후보 단일화는 본래 진영 논리에서 출발한다. 특정 세력이 지지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연대다. 이제까진 진보 진영의 전유물이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와 2012년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대표적이다.
이번 대선에선 후보 단일화 요구가 크지 않다. 대신 중도·보수층, 특히 보수층에선 이미 ‘심리적 단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단일화와 비슷한 효과가 지지율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주요 동력이다.
◆이미 후보 단일화 효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한 보수층 지지율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상당수 조사에서 안 후보의 보수층 지지율은 50%에 육박한다.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선 49.3%였고, 칸타퍼블릭 조사에선 48.4%였다.
보수층이 두터운 대구·경북(TK)의 최근 지지율은 안 후보로 수렴하는 보수층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TK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80% 이상의 표를 몰아줬던 곳이다. 4월 첫 주에 시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대체로 40% 안팎의 지지율로 확고한 1위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24% 정도다.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60% 안팎이다. 보수 후보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지지율을 합해도 20%가 채 안 된다.
세 가지 정도의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우선 보수 후보의 승산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 구도가 사라진 마당에 사표가 될 보수 후보 지지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안 후보의 색깔이 문 후보에 비해 덜 진보적이라는 이미지도 한몫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보수층의 뿌리 깊은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더해지면서 안풍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 지지율 급등 거품인가
안 후보가 중도·보수층의 지지에 힘입어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거품론’도 일고 있다. 근거는 두 가지다. 우선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문 후보 지지자의 ‘문자 폭탄’ 등에 실망해 안 후보로 돌아섰던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자 중 일부가 이탈할 가능성이다. 또 안 후보에게 쏠린 보수층 지지가 대선전이 본격화하면 보수 후보로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지지층의 견고함이 상대적으로 문 후보에 비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반론도 있다. 안 후보로 옮겨간 안 지사 지지자 중 다수가 중도·보수층이라는 점에서 이탈률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안 후보 측은 보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중도·보수층이 지지 후보를 바꿀 개연성은 거의 없다고 반박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안 후보 표의 견고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보수 지지층 중 5% 정도가 이탈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문 후보 반격이냐, 안 후보 역대세론이냐
안 후보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두 후보 측은 각기 지지율 박빙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문 후보가 3~4%포인트 앞서고 있다”고 하고, 안 후보 측은 “안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두 진영 모두 한 차례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조정기가 언제냐에 양측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집권하면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연장’이라는 화두를 전면에 내세워 반전을 꾀하고 있다. 안 후보는 “50% 이상의 지지를 줘야 안정된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며 ‘역대세론’을 펴고 있다. 10% 안팎으로 추정되는 부동표의 향배가 변수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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