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좋은 분유·커피 등 앞세워 서울우유 '50년 아성' 넘어
1분기 영업이익 21% 증가 추정
적자 자회사는 지주회사로 편입…"사업회사 위주로 매수 전략을"
[ 나수지 기자 ] 서울우유는 지난 50여년간 국내 우유업계에서 부동의 1위였다. 흰우유 시장에서 30% 이상의 시장점유율로 선두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매일유업(사장 김선희·사진)이 서울우유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수익성이 좋은 유기농 유제품, 조제분유, 컵커피 등이 ‘무기’였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서울우유를 제치고 처음으로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인적분할을 끝내면 매일유업(사업회사) 주가 상승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적자를 낸 자회사들이 지주회사로 옮겨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돋보이는 실적 개선
매일유업은 11일 코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550원(1.19%) 오른 4만66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한 달간 9.3% 올랐다. 꾸준한 실적 개선 추세가 주가 상승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1조6347억원)과 영업이익(526억원)은 전년보다 각각 5.9%, 44.5% 늘었다. 서울우유의 매출(1조6037억원)을 넘어섰다.
올 1분기(1~3월)에도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어난 4101억원, 영업이익은 21.3% 증가한 10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본업인 유가공 사업의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적자 사업인 흰우유 판매를 줄이는 대신 수익성이 높은 커피음료, 유기농우유 등의 판매를 늘린 게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들 고수익 제품이 매일유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20% 수준에서 지난해 22%가량으로 높아졌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일유업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최근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늘면서 실적 개선 속도가 가파르다”고 했다.
이달 들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상향도 줄을 잇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매일유업의 목표가를 기존 5만원에서 5만8000원으로 높였다. KB증권은 5만8000원에서 6만1000원으로, 케이프투자증권은 5만5000원에서 6만2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13% 이상 추가 상승 여력”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인적분할도 주가 상승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11월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자회사 지분 관리 및 투자를 담당하는 지주사(매일유업홀딩스)와 유가공 사업회사(매일유업)로 회사를 쪼개겠다고 발표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회사 분할 이후 사업회사인 매일유업의 가치가 재조명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적자를 내는 자회사들이 지주사인 매일유업홀딩스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매일유업은 아동복업체 제로투세븐과 커피전문점 폴바셋을 운영하는 엠즈씨드 등 적자 자회사 탓에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적분할 이후 코스닥시장에 재상장할 매일유업홀딩스와 매일유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719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유업 시가총액이 6342억원(11일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13% 이상의 주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국으로의 분유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는 과장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 연구원은 “중국 제조분유 시장에서 한국 업체의 점유율이 1% 수준에 불과해 중국이 견제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매일유업은 인적분할을 위해 오는 28일부터 거래가 정지된다. 다음달 1일 기준으로 회사를 두 개로 나눈 뒤 6월5일 신주를 상장한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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