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지난주부터 실사 돌입
1조원 규모 자금 조달 기대
사이판 리조트 담보 대출도 추진
[ 유창재 / 이태호 / 이동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10일 오후 4시12분
이랜드그룹이 ‘애슐리’ ‘자연별곡’ ‘피자몰’ 등 외식사업 브랜드를 판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독점적인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랜드는 사이판에서 운영하는 호텔 및 리조트를 담보로 600억원을 대출받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 상장이 지연되면서 당면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방위 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파크의 외식 브랜드를 인수하기 위해 지난주 실사에 들어갔다. 6주 동안의 배타적인 실사 및 가격 협상 권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협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랜드그룹은 이번 거래로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지분 85.3%를 보유하고 있는 이랜드파크는 외식사업과 레저사업을 하고 있다. 매각을 추진하는 건 외식사업 부문으로 애슐리, 자연별곡을 비롯해 18개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가 지연되자 그룹 지주사 이랜드월드가 이랜드리테일로부터 이랜드파크를 인수하고 내년에 이랜드리테일 IPO를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이 중 이랜드파크 외식사업을 외부에 팔아 이랜드월드의 인수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랜드파크 매출 중 외식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이랜드가 유동성 확충을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랜드가 경쟁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외식 브랜드 매각을 추진하는 데는 그만큼 신속하게 팔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면 경쟁입찰에 비해 가격은 다소 낮아지더라도 빠르고 확실하게 거래를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티니위니를 중국 의류업체 브이글라스(8770억원)에 매각했지만 중국 정부에 낸 양도세(2000억원)와 현지 차입금 상환(3500억원), 티니위니 신설법인 재투자(877억원) 등을 제외하고 국내에 유입된 현금은 2500억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 국내 사모펀드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스포츠의류업체 케이스위스 지분을 되사오는 데 사용됐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회사채(2183억원) 및 차입금(5999억원) 규모는 8182억원에 달한다. 이랜드리테일 전환상환우선주(RCPS) 투자자에게 갚아야 하는 자금까지 감안하면 국내에서 빌린 자금을 상환하는 데만 올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영국 테스코에서 인수한 대형 할인점 홈플러스와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보고 이랜드 외식 브랜드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41억달러(약 4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4호 펀드를 소진하기 위해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는 투자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는 지난해에도 킴스클럽을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하기 위해 막판까지 협상을 벌이다 중국에서 티니위니 매각에 성공하자 거래를 중단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창재/이태호/이동훈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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