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 이후 첫 한·중 합작사 탄생
중국 기업에 지분 매각 방식 , 경영권은 이래오토가 행사
연매출 9000억 공조회사로
중국 기업, 한국투자 재개 '주목'
[ 김태호 / 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10일 오전 10시58분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옛 한국델파이)이 합작사 설립 방식으로 중국 국영기업에서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은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한·중 합작이자 대규모 중국 투자 유치 사례다.
▶본지 2월16일자 A22면 참조
◆ 매출 9000억원 한·중 합작사 탄생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국 우주항공 및 자동차부품 국영기업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 자회사인 상하이항천기차기전(HT-SAAE)은 이날 상하이증권시장 공시를 통해 지난 7일 한국 이래오토모티브 공조사업부 지분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 공조사업 합작사를 설립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계약에 따라 이래오토모티브는 공조사업부를 분할한다. 분할한 공조사업부 지분은 이래오토모티브와 HT-SAAE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경영권은 이래오토모티브가 행사한다. 두 회사는 계열사 등에 분산돼 있는 모든 공조사업을 합작사로 합병하는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이래오토모티브 공조사업부의 연매출은 5000억원 수준이며, HT-SAAE 관련 부문 매출도 연 4000억원에 이른다. 연매출 9000억원 규모의 한·중 합작 자동차 공조회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번 합작으로 이래오토모티브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본격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CASC는 중국 정부가 지분을 100% 소유한 국영그룹으로 지난해 매출은 50조원에 달했다.
이래오토모티브는 CASC와 사업협력 범위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이 회사는 공조, 섀시, 전장 등 크게 세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중 섀시와 전장사업부도 연구개발 및 투자, 중국 진출 등을 위해 CASC와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HT-SAAE의 주력 사업인 태양광사업 합작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정국 속 한·중 합작 성공
지난해 8월 사드 배치가 결정된 뒤 많은 한·중 합작사업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BBQ는 중국 광채그룹에서 약 1000억원을 투자받아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광채그룹이 계약 직전 투자를 철회했다. 동화전자가 추진하던 소형 항공사 에어포항도 당초 한·중 합작기업으로 설립될 예정이었지만 사드 문제로 중국 투자자가 출자를 포기했다.
이래오토모티브 역시 지난 2월 합작회사 설립 기본계약을 체결한 뒤 합작이 불발될 위기를 겪었다는 후문이다. 합작 파트너인 HT-SAAE는 상하이증시 상장회사다. 현지 규정에 따라 상장기업은 주요 투자나 주식 취득 건이 논의되는 시점부터 계약 체결 때까지 주식매매가 정지된다. 지난해 12월 합작 논의 공시를 한 HT-SAAE는 계약 체결까지 약 4개월간 증시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였다. 계약 체결이 더 늦어지면 HT-SAAE가 투자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래오토모티브 관계자는 “지난주 논의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사드 문제를 걱정하던 중국 측이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드 문제로 합작이나 투자 유치 계약이 체결 직전 무산된 중국 투자 건이 많았다”며 “사드 정국 속에서 이뤄낸 두 나라의 협작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김태호/좌동욱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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