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직접 투표로 뽑아야 총장이 정당성 갖는다”
○반대 “선심공약·편가르기 등 정치화돼 대학 망칠 것”
서울대가 총장 직선제를 들고 나왔다. 국립대 중 유별나게 별도 법인으로 전환했던 서울대가 직선제를 주장하는 것은 성낙인 총장 부임 후 빚어진 심한 학내 분규와 무관치 않다. 처지가 어려워진 성 총장의 대학 개혁방안인 셈이다. 총장 직선제는 선거에 따른 무수한 부작용, 대학까지 포퓰리즘의 저급 정치에 오염된다는 비판에 따라 정부가 정책적으로 폐기를 유도해 온 사안이다. 파벌 조장, 과열 선거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총장 직선제 부활은 과연 바람직한가.
○ 찬성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의 대표를 직접 뽑겠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바람이라는 관점에서 찬성론이 나온다. 민주국가의 수많은 직접 선거는 그런 자율적 인간상에서 나온 인류의 성과다.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는 더욱 자율적인 자치가 필요하다. 총장도 교수들이 직접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수뿐만 아니라 일반 교직원, 심지어 학생들도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물론 교수와 직원, 학생들의 투표권은 조정될 수 있고, 실제로 조정하는 곳도 다수다.
서울대의 경우 현 총장을 간접 선거로 뽑았는데 이상한 결과로 이어졌다. 서울대는 교직원과 외부 인사 등 30명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가 예비 후보자 다섯 명을 선정하고, 전체 교수의 약 10%를 무작위로 뽑아 정책평가단을 구성해 후보자에 대한 점수를 매겨 검증을 했다. 총장추천위원회가 이를 바탕으로 다시 후보자를 세 명으로 압축하면 이사회가 이 중 한 명을 선출하는 식이다. 이 후보자에 대해 교육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2014년 오세정 교수(현 국민의당 국회의원)가 1위에 올랐으나 2위였던 성낙인 총장이 임명됐다. 시흥캠퍼스 조성 문제 등 학내 갈등이 생길 때마다 학생들이 “2등 총장 사퇴하라”며 반발한 근거가 됐다. 이런 모순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직접 투표로 선출된 대표라야 정당성이 있다는 관념이 우리 사회에 아직 너무 강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직선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반대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한 경험이 있는 대학 가운데 대부분이 직선제가 대학을 망친다며 강한 경계를 한다. 선거 과정에서부터 교수들이 단과대와 학과, 출신 고교와 지역 등으로 극심한 편가르기가 시작된다. 선거 과정에서도 기성 정치판을 빰칠 정도로 심한 포퓰리즘 공약이 난무하는 게 통상적인 현상이다. 심지어 총장 당선 후 대학 내 보직 등을 매개로 지원 흥정이 진행되고 금품까지 오가기도 한다. 대학이 학문 발전의 근원이 되기는커녕 저급한 퇴행 정치의 현장으로 전락하면서 학교 발전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경계가 반론의 핵심이다.
‘정치 과잉의 사회’는 안 그래도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다. 각종 기관과 협회, 심지어 직능과 권익 단체에까지 저질의 정치가 사적 자치 영역 곳곳에 스며들어 파벌을 조장하고 거짓 공약을 남발하면서 서로 헐뜯는 싸움을 조장한다는 선거 망국론도 설득력을 덧보탠다. 대학까지 그런 싸구려 정치판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경계론이다.
쟁점이 된 서울대에는 교수만 2100여명에 달한다. 단과대별로 학과별로 이해관계도 제각각인 이들이 과연 이성적인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간접 선거로 거품을 빼고 과열을 예방해야 한다. 간선제도 잘만 운영하면 얼마든지 교수를 비롯한 대학 사회의 여론을 수렴해 나갈 수 있다.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한 번 생각해보자. 무엇보다도 연구가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 생각하기
"어떤 제도든 양면성 있어…정치화 부작용 심각하게 고려해야"
성 총장의 직선제는 간선제 형식을 유지하되 실질적으로는 직선제로 가자는 것이다. 정책평가단에 교수 전원을 참여시키면 여기서 1등을 한 후보를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복안이다. 형식이야 어떻든 확실히 직선제다. 어떤 제도든 양면성은 있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운용하는 구성원들의 이성과 지력이다. 그 이성이 불신받을 때 제도가 구성원을 통제한다. 직접 선거로 선출된 많은 교육감들이 결국 범죄자로 전락한 사실은 이 점에서 시사적이다. 대부분이 교수 출신이지만 흑색선전, 불법 선거자금 수수 등으로 저질 정치의 희생이 되면서 교육행정의 책임자가 ‘잡범’으로 전락했다. 6년 만에 서울대가 직선제로 되돌아가기 전에 상기해야 할 대목이다. 정치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나 심대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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