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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돌고 도는 공무원 인사에는 '세 가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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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인사는 없다

이근면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72쪽 / 1만4000원




한국은 인사에 관한 한 대통령 복을 별로 받지 못한 것 같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에게는 그가 12년간 재직하는 동안 “외교에는 귀신이나 인사에는 등신”이라는 평판이 늘 따라다녔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초부터 인사가 주로 그의 조그마한 수첩에서 나왔다고 해서 ‘수첩인사’라는 소문에 시달렸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른바 최순실 사건도 그 잘못된 인사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말하면 ‘인사 문제는 모두 정무직에 관한 것이지, 직업공무원 제도에는 별 큰 문제가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물론 직업공무원제도보다는 정무직에 문제가 더 많고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이 진정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려면 이 두 영역 모두 개혁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한 국가의 인사라는 것은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는 채용행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조직인 국가를 인재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경쟁력 있게 경영하는 체제요, 시스템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1999년 중앙인사위원회를 장관급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창설했다. 한국행정학회가 정부 수립 이후 숙원사업으로 주창했으나 줄곧 거부되다 50여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실추한 민심을 추스르고 잃어버린 국내외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불과 9년 만에 납득할 만한 아무런 이유 없이 없애버렸다. 박근혜 정부 초기 인사 난맥상을 다소나마 극복하겠다는 의지였는지, 2014년 이번에는 차관급의 인사혁신처란 이름으로 부활시켰다.

그 조직에서 20개월간 책임을 맡았던 이근면 전 처장이 현장에서 보고 체험한 것들을 토대로 《대한민국에 인사는 없다》를 펴냈다. 내용을 보니 필자가 4년4개월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2002~2006년)으로 재직하며 느끼고 경험했던 것과 어쩌면 그렇게 닮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문제는 아직도 한국의 인사가 정무직이나 직업공무원직이나 빈자리 채우느라 세월 다 보내는 데 급급할 뿐이란 점이다. 채워야 할 자리가 무슨 일(직무)을 하는 자리이며 이번 인사에서는 어떤 인재가 그 자리에 요구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데서 출발하는 것 같다. 한 특정한 자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알려면, 그 조직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그 조직의 비전과 사명이 무엇인가를 올바르게 알아야 하는 것이 먼저다. 따라서 조직의 우두머리가 인사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지 못하면 올바른 인사행정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전 처장은 오늘날 한국 인사행정 난맥상의 주된 원인으로 순환보직제, 효율성을 무시한 공공성, 칸막이와 영역싸움, 인사관리가 없는 인사 등을 꼽았다. 조목조목 잘 지적했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에서 연마한 예리한 관찰력과 분석력으로 거침없이 파헤쳐 나가면서도 읽는 이의 눈살을 그나마 덜 찌푸리게 한다. 아마도 글로벌 기업에서 터득한 관리자의 부드러움과 여유 때문인지 모른다.

어쨌든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장벽을 10년이 지나도록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 남의 탓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취약 때문이란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인사가 단순히 우리끼리의 내부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올림픽경기에 나가는 선수를 뽑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이 나라가 부존자원의 척박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민족의 높은 교육열과 뿌리 깊은 선비정신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면, 앞으로는 이런 것을 밑바탕으로 온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올바른 인사정책과 인사제도를 정립해야 한다. 이렇게 실행하는 실적주의가 보장된다면 한국의 국가경쟁력 향상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전 처장의 혜안과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많은 이 나라의 공직자와 인사전문가들이 이 책을 숙독하기를 권면한다.

조창현 전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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