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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상, 저항의 상징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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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뉴욕의 관문인 자유의 여신상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불러온 새로운 현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올들어 자유의 여신상이 들어선 리버티섬(Liberty island)를 찾은 방문객 숫자가 1월에만 17만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다고 전했다. 2월에도 17만1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5%가 늘었다. 이 수치는 맨해튼 남단에서 리버티섬을 오가는 페리의 탑승객 숫자를 집계한 것으로 1991년 공식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규모다. 1월과 2월이 겨울철 관광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증가세는 이례적이다.

NYT는 자유의 여신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격렬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미국의 역사와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푸에르토리코와 아일랜드 등 중남미와 유럽의 이민자 가족에서부터 뉴욕 브루클린에서 온 중학생들을 소개하며 이들이 자유의 여신상을 통해 미국이 어떻게 건설됐는지를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NYT는 뉴욕을 여러차례 방문해지만 자유의 여신상을 직접 본 것은 처음이라고 밝힌 쿠바 출신 여성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뉴욕의 한 시민단체가 자유의 여신상 전망대에 ‘이민자를 환영한다(Refugees Welcome)’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했다. 폭 3피트(약 90cm), 길이 20피트(약 6m)의 붉은 색 현수막 사진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의 가치를 환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현수막을 건 시민단체는 SNS를 통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민자 출신으로 이들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이 원칙이 공격받고 있다”며 주장했다.

뉴욕시도 ‘피난처 도시’를 자처하며 연방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에 맞서고 있다. 뉴욕시는 지난달 말 미 법무부가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연방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압박에 맞서 “뉴욕은 이민자 보호라는 헌법의 가치를 지키면서 이민자를 환영하는 도시로 남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1886년 설치된 자유의 여신상은 당초 남북전쟁에서 북부 연합군의 승리와 노예제 폐지를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선물로 제공했다. 하지만 1903년부터 자유의 섬 인근에 있는 엘리스섬이 유럽 이민자들이 입국 절차를 밟기 위한 장소로 활용되면서 미국에 첫 발을 딛는 이민자를 환영하고 자유와 평등을 상징하는 것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외신들은 “자유의 여신상이 부자와 가난한 자, 이민자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대했던 미국의 이전 모습을 환기시키면서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저항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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