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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주겠다" 말고 고통분담 요구하는 대선후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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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대진표가 확정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경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한 데 이어 안철수 전 대표가 4일 국민의당 후보로 선출됐다.

오는 15~16일 후보 등록을 기다릴 것 없이 대선 본선 경쟁의 막이 올랐다. 이번 대선에선 무엇보다 국정운영 준비가 잘 돼 있어야 한다. 정권 인수위원회를 가동할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우려스러운 것이 적지 않다. 실현성에 의구심이 드는 “뭘 해주겠다”는 식의 선심성 공약이 넘쳐난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주는 기초노령연금 지급액 인상 공약은 단골메뉴다. 연간 7조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문재인 후보의 공공부문 81만명 고용 공약엔 연 23조3000억원, 0~6세를 대상으로 한 아동수당 도입에 연 5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 취업 청년 1인당 연 600만원 지급(안철수 후보), 육아휴직 3년으로 확대(유승민 후보), 20세 이상 청년 1인당 1000만원 지급(심상정 후보) 등 수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공약들이 수두룩하다. 재원 마련 방안은 증세 이외에 뚜렷한 것이 없다. 본선에 들어가면 ‘폴리코노미(poli-conomy: 선거를 겨냥한 경제공약)’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더 걱정된다.

대선 때마다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 뒤 이행하지 못한 사례가 숱하게 많다. ‘포퓰리즘 악순환’ ‘공약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도이전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남권신공항 건설 공약은 지역 간 갈등과 국론 분열을 낳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농어촌구조개선 사업에 10년간 42조원 투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농가부채 탕감은 ‘공수표’로 끝났다. 선거정치의 예고된 종말이다.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6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400조원을 넘었다. 빚이 늘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보통이다. 지금이라도 대선 후보들은 포퓰리즘성 공약들을 재조정해야 한다. 나라를 이끌겠다는 지도자는 때론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설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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