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으로 기업구조 개편 뒤 가치 제대로 평가받자" 판단
이랜드리테일 지분 69.6% 매각
자회사 이랜드파크 지분 이랜드월드에 매각도 추진
[ 이태호 기자 ] 이랜드그룹이 유통업체 이랜드리테일 상장을 내년 상반기로 늦추기로 했다. 당초 다음달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자회사 임금체불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회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해서다. 상장 연기로 인한 유동성 부족은 6000억원 규모 ‘상장 전 지분투자 유치(Pre-IPO)’로 해소할 방침이다.
이규진 이랜드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외식업체 이랜드파크의 임금 체불 문제로 상장 절차가 계속 지연돼 당초 계획대로 상장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선제적으로 기업구조를 개편한 뒤 내년 상반기 상장을 재추진해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53개 유통매장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12월 이랜드그룹 계열사 중 처음으로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냈다. 하지만 거래소가 임금체불 문제 해소 증빙자료 등을 요구하면서 통상적인 심사기한(청구일+45거래일)이 한참 지난 지금까지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상장에 앞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기업구조 개편과 상환전환우선주(RCPS) 차입금 상환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랜드월드 투자분 2000억원을 포함해 총 6000억원 규모의 투자 자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한 뒤 여기에 이랜드리테일 주식 69.6%가량을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매각 대상 주식은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리테일 지분(63.5%) 가운데 34.8%(약 3000억원어치)와 외부 투자자(하모니에이앤지제일차)가 보유한 RCPS 지분 전량(보통주 전환 후 지분율 기준 34.8%)이다.
투자 유치는 이르면 다음달 끝낼 계획이다. 이랜드 재무팀 관계자는 “주관사인 동부증권과 큐리어스파트너스가 투자구조 협의 및 외부 투자자 유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가 유치되면 이랜드월드는 3000억원의 지분 매각대금을 확보하고 이랜드리테일은 RCPS 상환 부담을 해소한다”고 설명했다. 이랜드그룹은 투자자와 ‘적절한 시점에 IPO를 의무적으로 하고, IPO 후 기업가치 변동에 따른 손익을 정산한다’는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이랜드리테일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분 85.3%를 보유한 이랜드파크를 모회사인 이랜드월드에 넘기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리테일 지분을 팔아 마련한 현금을 활용해 2000억원 안팎에 지분 전량을 사들일 예정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자회사 지분 매각으로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는 동시에 계열사 적자에 따른 연결 손실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이후 올 12월께 거래소에 다시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2018년 상반기에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