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인설 기자 생활경제부 surisuri@hankyung.com
[ 정인설 기자 ] “신규 면세점 개점 속도를 탄력적으로 조절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요즘 면세점 임직원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다. 개점 준비를 앞둔 신규 면세점, 영업 중인 면세점 모두 마찬가지다.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감소다. 유커가 주는데 신규 면세점이 줄줄이 문을 열면 양쪽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들이 주장하는 ‘유커절벽’은 통계에도 드러난다. 지난달 중국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여객 수는 작년 3월보다 17.9%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지난달 15일부터 계산하면 감소폭은 32.8%로 커진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의 중국인 매출도 30% 이상 줄었다. 서울 시내면세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시간이 갈수록 유커절벽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발 인천공항행 여객 수는 지난달 초만 해도 매일 2만명에 육박했지만 지난달 29일엔 9780명으로 올 들어 처음 1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작년 3월 51만명이었던 방한 유커 수는 지난달 41만명대로 1년 만에 10만명가량 줄었다.
수요는 급감하는 반면 공급에 해당하는 면세점 수는 급증한다. 오는 10월이면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6개 면세점이 더 생긴다. 12월엔 서울 시내면세점 3곳(신세계, 현대, 탑시티)을 포함해 전국에 5곳의 시내면세점이 새로 문을 연다. 서울 시내면세점 수만 2년 새 6곳에서 13곳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면세점들은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공항 면세점 임차료나 정부에 내는 면세 특허 수수료를 한시 감면해주고 면세점업계의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문을 열어야 하는 시내면세점 개장 시기를 늦춰달라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하면 면세점 수를 늘린다’는 게 지금의 관세 규정이라면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 면세점 개점 속도를 조절한다’는 형태의 대책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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