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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현장] '어느날' 갑자기 위로가 필요할 때…김남길·천우희표 감성통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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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천우희 주연 영화 '어느날'
이윤기 감독 "위로가 되는 영화가 되길"




"우리가 사는 오늘이 누군가에게 굉장히 특별한 어느 날이다. 또 어떤 이에게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간절한 어느 날일 수 있다. 이 영화가 상처받은 사람들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어느날'이었으면 좋겠다."

영화 '어느날'의 연출을 맡은 이윤기 감독의 말이다.

'어느날'은 한 편의 휴식같다. 억지스러운 감성팔이도, 호들갑스러운 유머도 없다. 단지 판타지라는 장르적 외피를 빌려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소소한 위로를 건넨다.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시각장애인 미소(천우희)가 영혼이 되어 깨어나고 유일하게 그를 알아보는 보험회사 직원 강수(김남길)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30일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진행된 영화 '어느날' 언론시사회에서 이윤기 감독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당사자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이었다"라며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라고 강조했다.

천우희가 연기한 미소는 날 때부터 시력에 문제가 있어 친모로부터 버림받고 고아로 자랐다. 하지만 해맑고 순수하게 세상을 마주하는 캐릭터. 천우희는 "영화를 준비하면서 내가 얼마나 선입견과 고정관념에 쌓여있는지에 대해 알게 됐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천우희는 "시각장애인 '흉내'만 냈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면서 역할에 대해 올곧이 마주하게 된 이유를 털어놨다.

그는 "도와주신 선생님이 있었다. 연기보다 대화를 많이 했다. 스스로 꽤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 자체가 많이 갇혀 있었다. 그런 부분을 반성하면서 열심히 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천우희는 기존 판타지 영화의 여주인공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여리여리한 특유의 여성 캐릭터가 좋을 수 있지만 배우 천우희가 연기하는 거니까 나답게 했다. 조금 더 발랄하고 친근하게 말이다. 이윤기 감독이 처음에 당황하더라"라고 전했다.


김남길은 전작 '판도라'의 모습을 탈피하고 아주 평범한, 그러나 큰 슬픔을 지닌 샐러리맨 강수로 분했다. 강수는 병마와 싸우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삶에 대한 의지를 잃고 살아가는 인물.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자신이 없어 출연을 고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판타지적인 장치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막막함"이 이유라고 말했다.

결국 김남길을 '어느날'에 출연하도록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시나리오를 볼 때마다 예전에 받지 못했던 캐릭터의 감정을 느꼈다. 사람의 심리 상태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촬영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은 '자연스러움'이다. 김남길은 "영혼인 천우희 없이 홀로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나도 모르게 오버해 감정을 누르는 것이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김남길, 천우희라는 충무로 대표 청춘배우들의 만남에는 '멜로'라는 기대가 뒤따른다. 그러나 '어느날'에는 달달한 핑크빛 로맨스 대신 관객의 감성 밑바닥을 무심하게 건드는 '인간애'가 담겨있다. 이윤기 감독이 의도한 바다.

이윤기 감독은 "영혼이든 사람이든 여자와 남자가 만나면 꼭 로맨스를 해야 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다"라면서 "시작부터 그런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인생의 어느 짧은 순간,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의식의 여행을 하는 파트너로서 충분한 이야기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어느날'은 오는 4월 5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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