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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윤의 '중국과 中國' (16) 信(정보)-2] 중국서 빈번한 정보왜곡 현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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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윤 < 한국콜마 고문 >


앞글에서 중국에서 정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에 대해 언급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정보의 왜곡 또는 정보비대칭 현상은 왜 그리 빈번하며 심각한 것일까.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의 전통문화에서 비롯된다. 둘째는 제도적 미비인데, 이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문제다. 즉 제도는 구비돼 있으나 실행에서는 관습의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때론 이 역시 문화와 관계가 있다. 그래서 문화의 이해가 중요하다.) 셋째는 어설픈 (또는 이기적인) 중국전문가집단 때문이다. 이들은 중국이라는 현장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본사의 눈치를 살펴가며 본사의 눈높이에만 맞추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부류를 ‘본사형 전문가’라고 명명하고 싶다. 목적지(사실, 정보)에는 관심 없이 그저 바람부는 대로만(본사 눈치만 보며) 키를 부리면(見風使舵) 결국 그 조직은 어떻게 될지 아찔하다. 단, 비록 부족하지만 현장을 알기 위해 공부하고, 아는 만큼 성실히 본사에 전달하는 이들은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아직은 미숙한 중국전문가라 할지라도 이들의 노력과 실패 및 정보 취득의 오류 역시 제대로 피드백만 된다면 이 역시 중요한 노하우가 되기 때문이다.

체면중시 문화가 소통 막아

미국 국무원 실무경험이 있는 사회학자 에드워드 홀은 그의 저서 문화를 넘어서(Beyond Culture)에서 “민족마다 기억하는 대상과 방법이 다르다…결국 무엇을 보는가는 그들만의 가치관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즉 문화가 상이하면 정보의 선별이 달라질 수 있고, 그것을 처리하는 방법도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인들을 통한 정보의 인식, 선택 또는 공유하는 방법 역시 문화적인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홀이 “(상이한 문화배경 속에서) 대다수의 상황 중 왜곡된 상황 보고는 고의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고 역설한 배경이다.

중국문화 속에서 체면이 소통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혹시나 누군가의 체면을 상하게 할 것을 염려해서 공개적으로는 지독하게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會上不說,會後亂說(회의에서는 말을 안 하고, 끝나면 서슴없이 얘기한다), 心照不宣(속으로는 알지만 드러내지 않는다), 明知不說少說爲佳(틀리다는 것을 분명히 알지만, 말을 적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등의 明哲保身(몸사리기)은 중국인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행동강령이다.

지난 칼럼에서 한국 모 대기업의 고위간부들이 중국에 가서 공개적으로 무릎을 꿇은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다. 판매 촉진과 관련한 행사였다고 한다. 한국 식으로 깊은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지만, 중국인들에게 심각한 반감만 줬다. 天地父母(천지와 부모님에게만 무릎을 꿇는다), 男兒膝下有黃金(남자 무릎에는 황금이 있다)이라는 말처럼 중국인들은 절대 비즈니스를 위해서 무릎을 꿇지 않는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해당 한국 대기업은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아직도 나에게 “그 회사는 왜 그렇게 잔머리 굴리냐!”고 핀잔을 주는 중국인이 있다. 이 사건에는 중국인이 납득 못할 두 번의 잘못이 있다. 하나는 남들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또 하나는 (한국인들이 중국 직원들에게 강요했다는 비난에 대해) 인정을 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은 것이다라는 공개변명이었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이런 얄팍한 거짓말을 믿지 않을뿐더러 더욱 여론을 악화시킬 것임을 분명히 안다. 그런데 그 기업 내의 중국 직원들은 왜 말리지 않았을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 이유는 (나 아니고 다른 중국인 직원들도 다 아는 일인데) 굳이 내가 나서서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중국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事不關己高高掛起(나랑 상관없으면, 나서지 않는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상대방 '사유방식' 고려해야

수집된 정보를 가지고 보고서를 작성할 때 역시 팩트에 덜 충실한 경향이 있다. 상대방과 나의 관계(및 체면)를 고려해서 수위를 조절한다. (우리에 비해) 지나칠 때가 많고 빈번하다. 업무를 통해 알게 된 인맥과 정보의 공개를 꺼리고, 사유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다 보니 중국에 대한 정확한 팩트와 근거 또는 누적된 경험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현재의 복잡한 한·중 관계에서 문제가 도대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려면 중국인들이 무엇을 문제라고 여기는지를 봐야 한다. 나와 타자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은 문제에 대한 공통된 인식에서야 가능하다. 내가 맞다고 주장하려면 설득의 방법과 과정에서도 서로의 입장 외에 ‘상대방의 사유방식’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류재윤 < 한국콜마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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