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민 기자 ]
# "악동뮤지션과 함께 일기 쓸 준비 되셨나요?"
23일 오후 8시 서울 신수동 서강대학교 메리홀.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의 발랄한 외침과 함께 이들의 단독콘서트 '일기장'이 막을 올렸다.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500석 규모 메리홀이 관객들로 꽉찼다. 악동뮤지션은 이날 청춘의 일기장과 같은 서정적인 가사의 17곡으로 2시 간여를 채워 관객들에게 오랜날 오랜밤 지울 수 없이 소중한 기억을 선사했다.
이날 공연은 준비된 3가지 콘셉트 중 '악뮤일기'로 선보였다. '일기장'은 오빠인 찬혁의 시선을 담은 '찬혁일기', 동생 수현의 일기인 '수현일기', 오누이 악동뮤지션의 이야기를 그린 '악뮤일기' 중 한 가지 콘셉트로 매일 다르게 진행된다.
공연 서두에는 악동뮤지션의 어린시절 모습을 그린 어머니의 일기장과 같은 내용의 영상이 실크스크린에 투영됐다. 남매의 어머니가 직접 내레이션을 맡았다는 후문이다.
뒤이어 이수현이 부르는 '생방송' 무대로 콘서트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연이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리얼리티' 등 무대가 이어졌다.
능수능란한 이찬혁의 래핑과 낭랑하지만 가슴 속까지 파고드는 이수현의 노래가 어우러지며 팬심을 달궜다.
막간을 이용해 남매는 아옹다옹하는 재담을 펼쳤다. 그들은 "어느순간 만담 뮤지션이 된 것 같다"며 능청을 떨며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가창력 뿐 아니라 패러디 영상 등을 통해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도 줬다.
'남매간의 전쟁'을 다룬 영상을 보여준 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선배인 지드래곤의 히트곡 '원 오브어 카인드'(ONE OF A KIND)를 해당 내용으로 리메이크해 선보이기도 했다.
악동뮤지션은 공연 첫 날인 만큼 게스트 가수를 초청하기 보다는 본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이에 tvN 드라마 '도깨비' 패러디 영상을 선보인 후 드라마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인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자신들의 노래와 같이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콘서트 건반 연주자가 가수 이문세 콘서트에서 반주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 이문세의 히트곡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사전에 팬들의 신청곡을 받아 볼빨간사춘기의 '나만 안되는 연애'도 악동뮤지션 버전으로 팬에게 선물했다.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능수능란함도 돋보였다. 악동뮤지션은 "분위기를 띄우겠다"며 콘서트 막바지에 '초록창가', '크레센도' 등을 차례로 선보이며 완급을 조절했다.
이찬혁은 이번 콘서트에 대해 "2년 만에 여는 두 번째 콘서트인 만큼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며 "좋은 데서 그치지 않고 소름 돋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수현 역시 "(데뷔 후) 5년간 열심히 준비한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관객에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곡인 '작은별'로 무대를 잠시 떠났던 악동뮤지션은 관객의 앙코르 요청에 다시 한번 무대에 돌아와야 했다.
앙코르곡 '리바이'와 '200%'를 선보인 악동뮤지션은 한층 흥이 오른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팬들의 '엄마 미소'를 자아냈다.
악동뮤지션의 서울 콘서트는 이날부터 이달 26일까지, 30일부터 4월2일까지 총 8회에 걸쳐 열린다. 다음달 15일부터는 광주를 시작으로 지방(22일 대구·5월27일 부산)으로 이어진다. '일기장'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되며 악동뮤지션의 인기를 증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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