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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리포트] 기로에 선 현대카드의 '공유오피스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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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현장에서

'스튜디오블랙' 입주 저조
오픈 두 달째 절반이 텅~
입주사 소통·배려 부족 지적



[ 임원기 기자 ]
현대카드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의 소통 및 협업을 내세우며 야심 차게 시작한 공유오피스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문을 열기도 전에 신청이 몰려 일찌감치 마감되는 다른 공유오피스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정태영 부회장이 직접 챙기면서 업계에 화제가 된 현대카드 공유오피스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뭘까.

현대카드는 올 1월24일 서울 강남역 인근 홍우빌딩에 스튜디오블랙이라는 공유오피스를 열었다. 8층부터 12층까지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하지만 현재 11층과 12층의 절반 가까이 비어 있는 ‘썰렁한’ 상태다. 작년 11월부터 입주 기업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4개월 넘게 정상 운영이 안 되고 있다.

현대카드가 공유오피스사업을 한다고 할 때 스타트업업계에선 상당한 화제가 됐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수면실 샤워실 안마의자 3차원(3D)프린터 등 다른 공유오피스에서 볼 수 없는 프리미엄 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가격이 다른 시설보다 20~30% 비쌌지만 편의시설과 혜택이 좋아 많은 기업의 문의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들이 스튜디오블랙을 외면한 이유는 스타트업 업종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입주사를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된 공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입주사에 따르면 입주가 시작된 작년 10월부터 이달 들어서까지 약 5개월 동안 주중 주말을 가리지 않고 사무실 공사가 이어졌다. 대부분 입주사 편의를 위한 공사보다는 멀쩡한 바닥을 뜯어내거나 벽 인테리어, 사진을 교체하는 일이었다.

스타트업은 초기 단계 기업의 특성상 수시로 회의를 하거나 구성원 간 논쟁을 벌이는 일이 자주 있다. 하지만 스튜디오블랙은 모든 사무공간에 천장이 개방돼 있어 팀원 간에 마음 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반응이 많다.

입주 기업들이 여러 차례 이 문제를 건의했지만 ‘개방’을 운영철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천장을 막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 입주 스타트업 관계자는 “소음을 차단하는 것과 개방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는 공유와 개방 등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대기업 특유의 관료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현대카드의 소통 부재와 경직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스튜디오블랙에 입주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쿨함, 창의성, 혁신과 같은 것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걸 여기 와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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