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는 트럼프가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재편 과정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어제 폐막에 앞서 채택된 공동성명에선 지난해 성명에 포함된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에 대항한다’는 표현이 완전히 삭제됐다. 대신 ‘과도한 불균형을 축소하고 포용성과 공정성을 증대한다’는 문장이 포함됐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끝까지 보호주의에 대항한다는 표현을 삭제하자고 고집했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는 지금까지도 자유무역 대신 공정한 무역을 강조해 왔다.
의장국인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누구도 보호주의를 좋아하지 않지만 각국의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보호주의에 대한 개념 논쟁까지 일어나면서 자유무역 간판은 서서히 퇴색하는 양상이다. G20 성명은 지난해 언급했던 ‘지구 온난화’ 조항도 삭제했다. 트럼프 정부는 인간에 의한 기후 온난화라는 개념도 부정해 왔다. 물론 불과 8개월 전 중국 청두에서 열린 G20 회의는 파리기후협약을 빨리 발효하자는 주장을 성명에 포함시켰다.
G20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G7을 대체하면서 세계 경제 안정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개최국마다 자국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의제를 설정하려는 경향을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에너지나 부패 방지는 물론 극단적으로 테러리즘 대응 같은 안보 문제까지 다루면서 G20의 정체성까지 도전받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바로 이런 면에서 트럼프의 G20 행보는 비상한 주목을 받아왔다. G20만도 아니다. 트럼프는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불참을 공식 선언했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도 주장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분쟁 해결 절차에 대해서도 쉽게 WTO 규정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은 더 이상 통상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더 치열한 통상 전쟁을 예고하는 상황이다. 일본의 일부 언론들은 G20 대신 G7이 뜰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세계 무역 문제를 풀어가는 전통의 국제규범이 도전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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