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 Deep 중국 상무부·인민은행 강력 경고
상무부장·인민은행장 잇단 비판
"국가 이미지에 먹칠…감독 강화"
한풀 꺾인 'M&A 열기'
작년 2250억달러어치 기업 사냥하다
외환 3조달러 무너지자 규제 '고삐'
올들어 완다그룹 등 '빅딜' 좌초
[ 강동균 기자 ]
“맹목적이고 비이성적이다.”(중국 상무부장) “국가에 큰 보탬이 되지 않았다.”(인민은행장)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자본 유출 통제 조치에 들어간 데 이어 올해에도 무분별한 해외 기업사냥을 막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기업 M&A 규모는 2250억달러(약 260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 투자 타당성 의문 커져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장관)은 지난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 행태와 관련, “맹목적이고도 비이성적인 투자”라고 비판하면서 “일부 기업에 대한 감독을 당국 차원에서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부 기업은 해외 M&A 과정에서 이미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도 했고, 일부는 국가 이미지에 먹칠한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루 전인 10일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도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에서 일부 투자는 중국 정부의 해외 투자 요건과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는 중국에 득이 되지 않았고 해외에서도 비판받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고위관료의 잇단 발언으로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가 올해에는 어느 정도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투자은행(IB) 전문가인 블록 실버스는 “상무부장과 인민은행장이 해외 M&A에 나서는 중국 기업들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750억달러 규모 무산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는 연이어 좌초되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완다그룹은 골든글로브상과 아메리칸 음악상, 빌보드 뮤직상 등을 주관하는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TV제작사인 딕 클라크 프로덕션을 1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10일 이를 철회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규제로 완다그룹이 해외로 인수자금을 보내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에도 미국 스타우드호텔과 리조트를 140억달러에 사들이려 한 중국 최대 보험회사 안방보험이 입찰 참여를 중단했다. 작년 11월 중국 철강업체 안후이신커신소재는 미국 영화 제작사인 볼티지픽처스를 3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지만 한 달 뒤 파기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무산된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75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2015년의 100억달러보다 7배 이상 많은 것이다.
◆자본 유출 통제 일단은 성공적
중국 정부는 계속되는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위안화를 해외로 유출하는 행위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은행들을 비밀리에 소집해 500만달러 이상을 환전해 해외로 송금할 때 외환당국의 특별승인을 받도록 조치했다. 또 각 은행이 해외에서 유입된 자금보다 더 많은 돈을 해외로 보낼 수 없도록 했다. 중국 기업의 100억달러 이상 대형 해외 기업 M&A에 대한 승인 심사도 강화했다.
NYT는 자본 유출을 억제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이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외환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중국의 외환보유액 3조달러가 1월 말(2조9982억달러) 붕괴됐지만 2월 말에는 3조51억달러로, 한 달 만에 다시 3조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IB 관계자들은 중국 기업의 해외 M&A 열기가 한풀 꺾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보기술(IT) 업종과 같이 선진기술을 입수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올해에도 투자가 여전히 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중국 기업이 이미 해외로 자금을 이전한 상태고 이 중 상당 액수가 장기 투자에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계 로펌회사 DLA파이퍼의 중국 파트너 장리는 자신이 관여한 M&A 계약 중 4분의 1 정도만이 해외 송금 규제를 받는 대상이라며 “이미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산 상무부장도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장기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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