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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건조기 폭풍성장의 비결 '히트 펌프'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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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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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코니 확장으로 건조공간 줄고 시간 절약에 도움
    히트 펌프 방식, 전기료 파격적으로 줄여



    [ 김하나 기자 ] 황무지로 여겨졌던 국내 의류 건조기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판매량이 경신되는 것은 물론, 해외 시장만 바라봤던 전자업체들도 국내 시장에 잇달아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일부 업체는 물량을 대느라 휴일근무도 마다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건조기 시장이 커지게 된 까닭은 '공급' 보다는 '수요'가 늘어서다. 그동안 가전업체들은 건조기를 생산했지만, 판매는 수출이 대부분이었다. 국내 수요가 미비하다보니 일부 제품만 소량 판매할 뿐이었다.

    하지만 건조기가 '시간'과 '공간' 그리고 '비용'까지 줄인 모델들이 나오면서 국내 소비자들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전기료가 절약되는 기술인 '히트 펌프' 덕분이다.

    ◆ 공간의 변화, 건조기 필요성이 커지다

    13일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의류건조기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6.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의류건조기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해 30만~4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드럼 세탁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물과 세제에 의존한 세탁기인 통돌이 세탁기에서 세탁물이 떨어지는 낙차를 이용한 드럼 세탁기는 세탁문화를 바꿨다. 동시에 드럼 세탁기에 필수적으로 있다시피한 '건조' 기능에 눈을 뜬 것도 이 때 즈음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급한 빨래나 아기 빨래 등을 중심으로 종종 건조기능을 사용했다. 문제는 그 다음달 전기료였다. 뜨거운 바람을 넣어서 건조시키는 '히터 방식'이다보니 전기료가 만만치 않았다.

    젖은 빨래를 바람으로 건조시키다보니 옷간 손상은 물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다 전기료 폭탄 사례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국내 건조기 시장은 멀었다'는 한탄이 나오기도 했다.

    2006년 건조기 시장은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만나게 된다.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되면서 아파트에 서비스로 제공되는 발코니 면적을 거실 또는 방의 용도로 전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분양된 아파트들이 2008~2009년부터 입주를 시작하면서 빨래에 대한 새로운 고민도 시작됐다.

    남향의 방이나 거실을 확장하다보니 습식 공간, 즉 '빨래 널 곳'이 없어졌다. 집의 후면 발코니에 세탁공간과 건조공간이 있었지만 남향이 아니다보니 건조가 더뎠다. 이미 넓혀놓은 집에 '빨래 널자'고 다시 발코니를 만들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거실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빨래대가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됐다.

    발코니가 없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늘어나고 1~2인 가구가 늘면서 오피스텔 생활이 증가한 점도 요인이다. 발코니가 없다보니 빨래 건조공간은 부족할 수 밖에 없고, 건조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중심으로 건조기가 판매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공간에 대한 제약이 건조기에 대한 니즈로 이어진 셈이다.

    ◆전기료 고민, '히트 펌프' 기술로 해결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전기료'였다. 이를 해결한 게 '히트 펌프(Heat-Pump)'라는 기술이다.

    기존 건조기는 가스식과 전기 히터식이 있었다. 가스식의 경우 집 벽면에 가스 배관 설치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별도의 타공이 필요하다보니 이사라고 하다보면 때마다 시공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전기 히터식은 드럼세탁기나 기존의 건조기에 많았다. 가스식에 비해 2~3배 높은 비용이 문제였다. 고온의 열풍으로 말리다보니 옷감이 손상되는 것도 단점으로 꼽혔다.

    이를 해결한 게 '히트 펌프' 방식이다. 히트 펌프 방식은 냉매를 순환시켜 발생한 열을 활용한다. 때문에 기존 히터 방식의 전기식 건조기 대비 전기료가 1/3 수준에 불과하다. 저온 제습 방식으로 건조하다보니 옷감 손상을 줄여준다.

    LG전자가 지난 1월 내놓은 트롬 전기식 건조기 신제품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용량이 9kg으로 인버터 히트펌프(Heat-Pump) 방식을 적용한 건조기다. 건조량 5.4kg 기준으로 표준 코스 1회 사용 시 전기료는 약 221원이다.(월 전기 사용량 400kWh 이하인 가구 기준)

    LG전자 관계자는 "주거공간의 변화,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의류건조기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주문이 많다보니 휴일에도 생산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유럽과 미국에 수출만 했던 '삼성 전기 건조기'를 국내에 출시한다. 9kg의 용량으로 3가지 색생으로 출고된다. 5kg 세탁물 기준 표준 코스 1회 사용시 전기료가 약 180원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박재순 부사장은 "삼성 건조기는 건조기가 필수가전인 해외 시장에서 기술력을 이미 인정 받은 제품"이라며 "이번 출시를 시작으로 국내 건조기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맞벌이 부부가 늘어난 점도 건조기 시장의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시간 절약을 위해 건조기가 필수품이라는 분위기다.

    빨래를 시작하면서 건조를 기다렸다가 개서 정리하기까지는 반나절 내지 한나절 가량이 걸린다. 더군다나 궂은 날이나 황사·미세먼지가 많은 날이 이어지면 빨래는 손도 못 대는 게 현실이다. 건조기는 시간 절약의 아이콘으로도 부상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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