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었다… 치졸한 보복" 국내 여론과는 정반대 분위기
[ 조아라 기자 ] 한·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달 말 롯데그룹의 사드 부지 제공 결정 이후 한국관광상품 판매금지 등 본격적인 보복 조치에 돌입했다.
이를 놓고 국내에선 "도를 넘은 보복"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으나 중국 측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는 중국 안보이익을 침해할 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지역균형을 파괴하는 행위"로 규정하면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 현지 교수들 "사드, 中군사동향 탐지 가능…안보이익 침해"
7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사드가 동북아의 군사적 균형 상태 파괴 우려다. 한반도 사드 배치로 인해 인근 국가의 군사적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사드가 중국의 군사 동향을 탐지해 자국 안보 이익을 침해한다고 봤다.
우르창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한경닷컴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중국이 맹렬히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중·미 간 전략적인 안정성을 깨기 때문"이라며 "사드는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할 뿐더러 중국의 핵 억지력을 약화시킨다"고 답했다.
그는 "최선의 방책은 한국이 이스라엘의 조기경보레이더 그린파인(Green Pine)을 수입해 사드에 사용되는 TPY-2 레이더를 대체하는 것"이라면서 "그린파인의 탐지범위는 500㎞로 중국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한국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드가 '대북용'이라면 탐지거리가 600~800㎞에 이르는 사드 레이더보다 탐지거리가 짧은 그린파인을 설치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국은 앞서 2012년 충청 지역에 그린파인 레이더를 설치한 바 있다.
중국의 군사전문가 차오웨이동 씨는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감시 대상에 들어갈 것"이라며 "주변국들의 군비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바덴쥔 지린대 교수도 "사드가 배치되면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는 모양새가 된다"면서 냉정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사드는 양면성이 있다. 군사방어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면 '방패' 역할을 하지만 반대로 '창'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당위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달 4일 봉황망은 중국의 핵·미사일 전문가 리빈 칭화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한국 입장에서는 나날이 강해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국도 중국의 반대를 염려해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리 교수는 "사드가 배치되면 미국은 중국의 군사 정보를 훤히 볼 수 있고, 핵공격 시에도 중국의 가짜 핵탄두를 식별할 수 있어 지대한 전술적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드 문제의 해결책은 한국이 사드보다 탐지거리가 짧은 레이더로 바꾸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한중 간 안보협력을 재구축하고 공동으로 북한의 핵도발을 방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일그러진 애국주의'… SNS에서 롯데제품 불매운동 확산
현지 언론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한국 기업 제품 등을 타깃으로 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을 상대로 돈을 벌면서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특히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와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 등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드 관련 사진과 기사들이 퍼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웨이보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현지 롯데마트 주변에서는 "롯데는 사드를 지지한다" "롯데를 중국 밖으로 ?아내자" "롯데가 중국에 선전포고했다"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랭카드를 쉽게 볼 수 있다. 롯데마트 앞에서 롯데 제품들을 쌓아두고 굴삭기로 밀어버리는 퍼포먼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 한국 화장품 매장에 있는 한국인에게 "모든 중국인들이 롯데를 보이콧하고 있다. 한국 사람은 꺼져라"라고 외치며 삿대질하는 영상도 돌아다녔다.
중국 대학생들 역시 집단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롯데를 배척한다"는 내용의 플랭카드를 들고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를 비난했다. 중국어로 번역된 국내 사드 관련 기사 댓글이 확산되면서 반한(反韓) 감정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전날 홍콩 펑황텔레비전은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롯데마트가 영업하는 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시민들의 적대감으로 인해 롯데가 중국 시장을 잃어버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진찬룽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롯데와 사드와의 연결고리는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기업이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리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비교적 신중하게 평가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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