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후폭풍…'미운 오리'로 전락한 면세점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타격…"업계 매출 14% 줄 것" 전망
SK, 면세점 공간 전환 추진…인천공항 입찰 경쟁에도 영향
[ 정인설 기자 ]
SK그룹이 면세점 사업을 완전히 접기로 했다. 오는 12월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사업권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사인 HDC신라도 코엑스 면세점 사업권 경쟁에서 사실상 발을 빼기로 했다. 면세점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으로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감소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음달로 예정된 인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 입찰도 열기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SK, “면세점 공간 전환 추진”
6일 업계에 따르면 워커힐면세점(사진)을 운영해온 SK네트웍스는 면세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12월 사업권 탈환에 실패한 면세점 사업과 현대백화점에 넘긴 패션 사업은 중단사업으로 분류해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워커힐면세점으로 쓰던 워커힐호텔 공간을 어떤 용도로 쓸지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워커힐면세점은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 획득에 실패한 뒤 작년 5월 문을 닫았다. 작년 12월 사업권 재탈환에 나섰지만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등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일각에선 SK가 오는 6월께 시작될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만료 사업권 입찰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2015년 말 6개이던 서울 시내면세점 수가 올해 말 13개로 늘어나는 반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유커는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자 면세점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사업권을 획득해도 면세점 한 곳 운영만으론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점도 면세 사업을 접기로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HDC신라도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사업권 획득을 사실상 포기했다. HDC신라는 작년 말 시내면세점 사업권 경쟁 때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내세워 강남 입성을 노렸다. 사업권 획득에 실패하자 아이파크타워 주인인 현대산업개발은 HDC신라와 아이파크타워 임차 계약을 끝내고 현재 다른 입주자를 찾고 있다. 강남 면세점 사업을 할 수 있는 거점을 포기한 셈이다. HDC신라 관계자는 “향후 다른 공간을 임차해 쓸 수 있지만 아이파크타워에서 면세점 사업을 추진하기 힘들어진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점 매출 급락 우려
신규 면세점들은 1년 가까이 어려움을 겪다 올 들어 한두 곳씩 흑자로 전환하고 있다. HDC신라가 개점 1년 만인 지난 1월부터 2개월 연속 영업흑자를 낸 데 이어 지난달엔 신세계면세점이 개장 9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두산이 작년 5월부터 동대문에서 운영 중인 두타면세점의 실적도 지난달부터 상승 곡선을 탔다. 지난달 매출이 1월보다 64% 늘어 오는 6월이면 월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령이 발표됐다. 오는 15일부터 중국 여행사를 통해 방한하는 유커가 사라지면 기존 면세점에 비해 고객 기반이 약한 신규 면세점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오는 12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현대면세점이 개장하면 출혈경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기존 면세점도 사드 여파를 피해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한국 면세점 업계 매출이 작년보다 14%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CLSA증권은 작년 대비 매출이 8% 줄 것으로 예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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