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 변동, 신흥국보다 높아 경기대책으로 재정정책 적극 활용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 한상춘 기자 ] 미국 중앙은행(Fed) 금리 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최순실 게이트, 중국 정부의 사드배치 보복 등 나라 안팎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태로 달러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가 입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남에 따라 우리도 금융스트레스지수(FSI: financial stress index)를 개발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금융스트레스지수란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나 이 분야에 가장 앞선 캐나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금융시장과 정책당국의 불확실한 요인에 따라 경제주체가 느끼는 피로(疲勞)’를 뜻한다. 가격변수는 기대치가 변하거나 분산, 표준편차로 표현되는 변동성이 커질 경우 금융스트레스지수를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은 모든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 문제다. 국회 예산정책처 등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일일 변동률 표준편차)은 2015년 0.41에서 2016년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0.58로 무려 41%나 확대됐다. 경제주체가 대응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도 높다. 2016년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중국 위안화 0.21, 태국 바트화 0.28,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0.38에 비해 1.5~2배를 넘는다. 질적으로도 평상시에는 신흥국 평균보다 낮고 국제금융 불안기에는 높은 비대칭성이 있다. 상위 선진국 통화, 후위 선진국과 상위 신흥국 통화에 이어 한국 원화가 ‘삼류 통화’로 취급받는 이유다.
특정국 통화의 안전통화 여부는 세 가지 리스크로 평가한다. ‘시장 리스크’는 시장상황 변화로 환율의 표준편차와 분산, 준분산으로 평가한다. ‘유동성 리스크’는 결제의무 이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으로 거래량과 매매호가 스프레드로 측정한다. ‘신용 리스크’는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으로 통화는 국가신용등급 등에 반영된다.
가장 중요한 시장 리스크는 유동성 리스크와 신용 리스크 간 왜곡 현상이 없을 때 낮아진다. 경제 위상이 높아도 외환시장 규모가 작아 유동성 리스크가 높거나 국가신용등급이 과대평가돼 신용 리스크가 낮아도 시장 리스크는 높아진다. 다른 신흥국 통화의 변동성이 적게 나오는 것은 경제 위상에 맞게 세 위험 간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변동성이 크고 질적으로도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할수록 더 커지는 것은 유동성 리스크부터 높은 것이 원인이다. 원화 거래량은 한국 경제 위상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장의 심도를 보여주는 매매호가 스프레드도 한국과 경제 위상이 비슷한 대만, 싱가포르 달러화보다 높다.
신용 리스크가 너무 낮은 것도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투자 대상국의 부도 발생 여부에 우선순위를 두는 국가신용등급 평가에서 한국은 과다한 외화 보유와 건전한 재정 등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윔블던 현상(외국인이 판치는 것)이 더 심해져 원·달러 환율 등 모든 가격변수의 변동성을 확대시킨다.
자체적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도 있다. 실물변수로는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무역개방도, 외국인의 국내 투자와 금융변수로는 통화증가율, 단기외채 비중, 대내외 금리차 등이다. 회귀분석을 해보면 경제성장률과 무역개방도 등과는 ‘부(負)의 관계’, 물가상승률과 통화증가율 등과는 ‘정(正)의 관계’가 나온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 위상에 맞게 유동성 리스크와 신용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유동성 리스크를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인 부족한 원화 거래량부터 늘려야 한다. 오랫동안 묶여 있는 매매호가 스프레드를 현실화하는 방안과 원화의 국제화 과제도 추진해야 할 때다.
국가신용등급도 우리 여건에 맞지 않게 높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과대평가된 국가신용등급으로 외국 자금이 많이 들어와 원화가 강세를 띠면 한국 경제를 더 어렵게 하고,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져 이탈로 돌변하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확대시키기 때문이다. 과다한 경상흑자부터 줄여나가야 한다.
자체 요인으로는 경제성장률부터 끌어올려야 한다. 경기대책으로 통화정책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만큼 재정정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5% 수준까지 될 정도로 재정지출을 늘려나가더라도 문제는 없다. 무역개방도를 끌어올리고 단기외채 관리, 대내외 금리차 유지에도 신경 써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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