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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기업 경영권 위협하는 상법 개정안 투기자본 등 적대세력 공격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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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경영권이 험해진다는데…

NIE 포인트
사유재산권 보호와 경영권 보호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토론해 보자.



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가 뭐지?

국회가 기업에 관한 법인 상법을 고치고 있다. 1963년 처음 상법을 시행한 이후 우리나라에선 여러 차례 상법이 개정됐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제 거래가 많아지는 등 시대가 변화한 데 따른 변신이었다. 그런데 요즘 국회가 마련 중인 상법 개정안이 걱정을 낳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들이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독소 조항이 매우 많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핵심 내용을 들여다보자. 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별도 선임, 우리사주조합원의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참여라는 게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들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한다. 개정안에는 가령 3명의 이사를 뽑을 경우 주당 3개의 의결권이 부여되도록 했다. 이 때 소수주주들이 세 표를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다. 소수주주들이 원하는 사람을 이사로 진출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한 사람에게 한 표만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상장기업 대부분의 2대 주주가 외국계 투기자본인 헤지펀드와 정치 바람을 타는 국민연금이라는 데 있다. 외국투기자본 등이 힘을 합쳐 자기 사람에게 몰표를 주어 이사로 진출시킨 뒤 경영에 사사건건 개입할 것은 뻔하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기업들이 빠르게 대처하기보다 내분에 휩싸일 공산이 큰 셈이다.

다중대표소송은 세계적으로 도입된 전례가 없는 경영권 침해 제도다. 이것은 모(母)회사의 소수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직접 책임을 묻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한국 기업을 좌지우지하려는 외국 투기자본이 국내 지주회사 지분 1%(상장사인 경우 0.01%)만 소유해도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 위협을 할 수 있다.

한국에는 162개 지주회사가 있으며 1개 지주회사가 평균 10.4개의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결국 1700개 정도의 국내 기업이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휘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감사위원 별도 선임 조항도 최대주주의 이사 선임권을 제한한다. 기업에 반드시 둬야 할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면 다른 소수주주 세력들이 감사를 선임할 수 있게 된다.

근로자 사외이사 추천참여는 주주자본주의 훼손

여기에다 개정안은 근로자들이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위원회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경영권에 참여할 경우, 급박한 구조조정이나 사업 진출에 대한 결정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근로자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경영전략에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주주자본주의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재계는 반대한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의 방만한 경영을 막아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경영권을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것이 문제다. 투명성과 책임성은 상법으로 규제하지 않아도 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글로벌 스탠더드’다.

문제는 경영권을 보호해주는 중요한 제도는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 경영권 방어수단인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의무공개매수청구권은 우리나라에서 전혀 보장돼 있지 않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은 3가지 중에 적어도 2가지를 허용하고 있고 프랑스는 3가지 전부를 허용한다. 차등의결권은 1주에 부여된 의결권이 10개, 100개, 1000개, 1만개라는 뜻이다. 주식 수가 적어도 의결권이 크기 때문에 얼마든지 경영권에 대한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무려 17개 국가가 차등의결권을 부여한다.

투자유치로 지분 낮아진 한국 기업들

사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지분을 내주고 투자를 끌어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주식 지분율이 낮아져 자칫 표 대결에서 외부 세력에 져 기업을 빼앗길 수도 있다.

삼성 등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금 이런 상태에 있다. 하지만 우리 상법은 차등의결권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외국은 사유재산권 보호, 기업가정신 자극 측면에서 차등의결권을 보장한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 공격을 받을 경우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훨씬 싼값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한을 부여한 경영권 방어 제도다. 의무공개매수는 상장회사의 주식을 25% 이상 취득해 대주주가 되려면 ‘40%+1’를 주식시장에서 공개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비용이 커져 기업 사냥을 못하도록 방지한다. 경제 민주화 바람을 탄 상법 개정안은 경영권을 흔들 규제만 늘리고 있다. ‘기업 탈취를 장려하는 개정안’이라는 재계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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