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회사채 만기 4400억원…유동성 문제 해결이 관건
금융위, 이달 중 해법 제시
[ 안대규 / 김일규 기자 ]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첫 수주에 성공했다. ‘노르웨이 선박왕’ 존 프레드릭센의 회사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네 척(옵션 두 척 포함)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두 척 등을 약 1조원에 수주했다. 이번 수주로 오는 4월 중순까지 600억~800억원가량의 선수금이 들어올 예정이지만 4월21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400억원을 갚기에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달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4월 위기설’을 잠재우기 힘든 상황이다.
◆정성립 사장이 1조원 수주 성사
대우조선은 유럽 선주로부터 17만3400㎥ 규모의 LNG 운반선 두 척을 4144억원에 수주했다고 2일 발표했다. 이번 계약에는 추가로 두 척을 발주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돼 총 수주 규모는 8300억원까지 늘어난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8월 계약이 취소된 초대형 원유운반선 두 척을 이번에 노르웨이 해운사 프런트라인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실질적인 계약 규모는 1조원이 넘는다. 대우조선은 유동성 위기설이 나오는데도 해외 선주들이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대우조선에 발주한 두 회사는 모두 세계 해운업계 ‘큰손’인 존 프레드릭센이 소유한 회사들이다. 개인 재산만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프레드릭센은 세계 최대 유전개발업체인 시드릴을 포함해 프런트라인, 골든오션, 골라LNG 등의 해운사를 거느리고 있다. 1989년 노르웨이지사장을 맡으며 프레드릭센과 친분을 쌓은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과 오랜 신뢰가 쌓여 이번 거래가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프레드릭센은 LNG선 분야 세계 1위인 대우조선과 20년 이상 거래했다. 대우조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53척의 LNG선 및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LNG -FSRU) 수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운영 중인 400여척의 LNG선 가운데 25%인 100여척을 대우조선이 건조했다.
세계적인 정유회사 셸은 최근 LNG 수요가 2030년까지 연간 4~5%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LNG선과 FSRU분야를 휩쓸고 있는 국내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수주 전망도 밝다. 정 사장은 “LNG 운반선 및 LNG-FSRU 등 대우조선이 강점을 가진 가스선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모든 가능성 검토”
대우조선의 수주에도 불구하고 4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을 여력은 충분하지 않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대우조선이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자금은 3800억원밖에 남지 않았지만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94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초단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등 모든 카드를 꺼내놓고 해법을 찾고 있다. 회사채 만기 연장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도 검토 중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대우조선과 정부, 국책은행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먼저 한 뒤 그 결과를 가지고 일정한 시점에 채권단과 사채권자에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금융권은 이달 중하순께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이 대우조선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우조선 처리방안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대규/김일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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