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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포퓰리즘의 진원지는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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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에 난무하는 포퓰리즘
경제 위협하고 정치 불신만 안겨
유권자 힘으로 가려내 타파해야"

신중섭 < 강원대 교수·철학 joongsop@kangwon.ac.kr >



대한민국은 힘이 넘친다. 시민권력은 정치권력의 정점인 대통령과 경제권력의 정점인 삼성전자 부회장을 법 앞에 세울 만큼 막강해졌다. 정치인들도 거리의 함성에 눈치를 살핀다. 사법기관도 온전히 자율성을 누리지 못한다.

“군주는 배(舟)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통치자에 대한 경고는 권력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공포감을 조성한다. 거리의 군중은 최고 권력자라는 배도 뒤집을 기세지만, 생업에 열심인 많은 시민은 군중 정치의 파고가 언제 자신을 덮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힘없는 쪽배들이 각각 제 갈 길을 갈 수 있도록 제발 파고가 잦아들기를 기원하지만 세상이 평온해질 기미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경제권력이 법 앞에 서는 것에 대해서는 큰 불안감을 느낀다. 정치권력의 터전은 유권자이고 경제권력의 터전은 소비자다. 경제는 정치가의 선택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경제권력은 소비자의 힘에서 나온다. 소비자가 아니라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면 경제는 생기를 잃고 시들기 마련이다. 그 고통은 정치인이 아니라 온전히 국민에게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이 경제권력을 지배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군중심리가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정치권력을 좌우하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권력은 ‘총구’가 아니라 유권자의 마음에서 나온다. 정치인은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기존의 규범이나 체제를 무시하더라도 우선은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유혹에 빠진다. 대중적 지지와 다수의 의사가 중요한 선거에서 정치인은 근본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를 통해 권력이 주어지는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정치인은 필연적으로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포퓰리즘에 빠진다. 포퓰리즘은 민주주의가 피할 수 없는 필요악(必要惡)이다.

정치인의 정치적 생명을 결정하는 선거라는 위급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전체 국민이 아니라 특정 집단이나 이익 단체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 복지, 사회간접자본, 교육, 군사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포퓰리즘 정책을 제시한다.

대부분의 포퓰리즘 정책은 ‘증세 없는 복지’와 같이 그것 자체는 아름답지만 실현되기 어렵다.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실제로는 특정 지역의 표를 목적으로 삼은 행정수도 이전, 혁신도시 건설과 같은 포퓰리즘 정책이 실현되면서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래저래 포퓰리즘 정책은 경제를 위협하고 국민에게 정치적 불신만 안겨줄 뿐이다. 포퓰리즘 정책은 정치적 외부 개입이기 때문에 각 영역의 전문성과 합리성을 해쳐 필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제 또 대통령 선거철이 다가오면 다시 포퓰리즘이 활개를 칠 것이다.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필연적인 속성이기 때문에 그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포퓰리즘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선거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정당이고 후보자이지만 그런 정책을 선택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은 유권자다. 우리가 포퓰리즘이 오로지 정치인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고 정치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한 그것을 막을 수 없다. 포퓰리즘의 궁극적 진원지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다.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정치인의 탐욕과 무능으로 돌릴 때 국민은 무력해진다.

포퓰리즘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은 정치권력의 축소다. 권력의 분산과 균형·견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권력 자체를 축소해 사회의 모든 영역에 대한 정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신중섭 < 강원대 교수·철학 joongsop@kangwon.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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