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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간부들 75% 떠났는데…복지부의 국민연금 조직 '뒷북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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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부CIO 도입…10년 만에 조직 개편

증권·대체투자 부문장 신설
대체투자 자산군별로 재조직
보수도 상위 25% 수준 인상

근본 대책으로는 '한계'
국감·특검에 툭하면 불려가고 지방이전이 이탈 원인인데…
월급 올린다고 조직 안정될까



[ 좌동욱/심성미 기자 ]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조직개편에 나선 것은 운용자산 558조원으로 세계 3위 연기금으로 성장한 기금의 위상과 역할에 걸맞은 조직을 갖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조직 개편안이 핵심 운용역 이탈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제시된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본사 전주 이전, 운용 독립성 확보 등 핵심 운용역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조직 왜 바꾸나

국내외 지역과 운용자산별 실·팀장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현행 기금운용본부 조직은 2007년 1월 출범됐다. 이후 필요할 때마다 손질에 나섰지만 기본 골격은 10년간 유지됐다. 그동안 운용 자산과 인력은 급격히 불어났다. 기금 규모는 2006년 말 190조원에서 지난해 말 558조원으로 10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불었다.

이에 따라 수년 전부터 투자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중간 관리직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기금 규모가 늘어나 국내외 자산 경계가 사라지면서 자산을 통합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이날 내놓은 조직개편안은 전문가들의 이런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증권투자 부문장, 대체투자 부문장 등 부(副) 기금운용본부장(CIO) 직위를 도입하고 국내외 대체투자 조직을 자산군별 조직으로 재조직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투자 의사결정 체계를 합리적으로 보완하고 실·팀장들의 승진 기회를 부여해 운용 경쟁력을 제고해 운용역들의 사기도 진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찬우 전 기금운용본부장도 “조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잘 담아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효과는 ‘글쎄’

대책을 내놓는 타이밍과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이미 실력 있는 핵심 운용역들이 회사를 대거 떠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8개월여간 회사를 그만둔 실장급 이상 운용역은 총 6명으로 전체의 75%에 달한다.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도 “이미 부문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고참 운용역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월 초 그만둔 해외대체실장의 경우 내부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해 외부 전문가를 공모할 정도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미 핵심 운용역들이 대거 그만둔 후 조직개편에 나서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운용역 이탈을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복지부는 조직 개편 외 △기금 운용역 보수(기본급+성과급) 단계적 인상 △서울 회의공간 마련 등 근무 여건 개선 △해외 사무소 인력 추가 배치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금 운용역 보수 인상은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문제로 인상 여부가 불확실하다. 해외 사무소 인력 추가 배치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캐나다연금투자이사회(CPPIB), 네덜란드공적연금(APG)과 같은 글로벌 선진 연기금들은 해외 사무소에 주재하는 운용역들에게 투자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한다”며 “해외 인력을 늘리려면 우선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운용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국민연금 지배구조도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말부터 운용역들이 대거 회사를 떠난 이유 중 하나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주식 의결권 찬성 결정’이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면서 많은 관계자가 검찰과 특검 수사를 받는 파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좌동욱/심성미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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