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심기 특파원)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6일자 신문에 ‘진실은(Ttuth is)’으로 시작하는 16개 문장을 담은 자사의 전면광고를 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공격에 맞선 캠페인의 일환이다.
이들 문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진실은 어려우며, 찾기 힘들며, 들리지 않으며,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진실은 필요하며, 반드시 추구되어야 한다. 진실은 얼버무리거나, 누구의 사정을 봐주지 않으며, 인위로 만들 수도 없다. 진실은 힘이 있으며, 어느 한 쪽 편을 들지 않으며, 받아들이기 어렵고 확고함을 요구한다. 진실은 그러나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NYT는 이날 저녁에 열린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30초 짜리 TV 광고까지 내보냈다. 실시간 시청자가 4000만명을 넘는 시상식의 TV 광고가격은 초당 약 10만달러에 달한다. 2010년 이후 7년 만에 NYT가 선보인 TV광고는 제호를 알리거나 구독을 권유하는 마케팅 목적이 아니다.
광고는 흰색 화면에 검정색 글자로 ‘진실은…’이라는 문구를 고정시킨 뒤 서로 반대되는 주장을 담은 20여개의 문장을 번갈아 보여주고 있다. “언론은 부정직하다”는 문장은 “대안 사실은 거짓말이다”는 문장으로 이어지고, “우리의 국경을 지켜야 한다”는 문장에 이어 “난민정책은 무슬림 추방정책이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어 “러시아 연루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문장은 “기밀 정보를 유출한 것이 사태의 본질이다”는 문장으로 이어진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최근 수개월간 내놓은 발언과 이에 반대되는 주장이다. 광고는 “진실은 찾기 어려우며, 알기 어려우며,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3개의 문장을 연속으로 보여주면서 끝난다.
NYT가 광고에서 담아내려고 했던 메시지는 명확하다.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언론을 지지해달라는 것이다. NYT를 비롯해 CNN, LA타임스, 허핑턴포스트, 버즈피드 등은 지난달 30일부터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fake news)’의 진원지로 이들 매체를 지목하며 실패한 NYT가 소설을 쓰고 있다고 연일 비판을 가하고 있다. “NYT와 CNN은 나의 적이 아니라 미국인의 적”이라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취임한 지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NYT의 대결이 어떻게 결론날지는 미지수다. NYT 광고에 대한 인터넷 댓글도 지지와 반대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사회 전체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여부에 따라 흑백으로 갈리고 있어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한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YT 광고에 대해 “망해가는 뉴욕타임스가 추락하는 평판을 높이려고 광고한다”고 곧바로 응수했다. 반면 NYT의 딘 베케이 편집국장은 이날 CNN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할 때마다 신문 구독 요청이 급증한다”며 “뉴욕타임스의 마케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라고 비꼬았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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