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55)가 북한이 김정남 살해를 위해 수개월 동안 외국인 여성들을 교육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희는 23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이 외국인을 공작에 이용하는 경우 회유와 교육에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감시 카메라로 살해 당시 영상을 봤다는 그는 "두 여성이 대상자(김정남)에게 가까이 가서도 망설이지 않고 행동했다. 대상자의 인상착의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대상자가 김정남이라는 사실은 몰랐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현희는 이번 사건에 북한의 다른 공작과 달리 많은 인원이 관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경찰에 따르면 사건에 관여한 북한 사람은 8명으로, 북한의 정찰총국이 임무를 실행할 때 통상 3~6명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에 비해 많다" 며 "임무의 중요성 때문에 많은 인원이 관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범행 장소가 공항이었던 것에 대해 "범행 현장에서 곧바로 떠날 수 있는 탈출로를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희는 이번 사건이 처형된 장성택을 통해 조성된 김정남의 비자금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2013년 장성택이 처형된 이유를 알게 된 것 같다"며 "김정남이 장성택에게서 받은 자금의 일부를 반환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살해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현희는 "김정남 살해를 통해 '(김일성의 피를 이어받은) 백두혈통은 죽이지 않는다'는 원칙이 깨졌다"며 "김정은의 통치를 저해하는 세력, 명령과 지시를 따르지 않고 불평을 하는 인물, 반기를 드는 탈북자들, 한국 주요 정치가 등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현희는 1987년 115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한항공 폭파사건의 주범이다. 북한 정권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방해할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으며 북한 공작원이던 김현희는 김승일과 일본인으로 위장해 비행기 폭탄 테러를 감행했다. 한국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이후 노태우 정권에서 사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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