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친구와 '좋아요' 누르며 보는 TV
유튜브와 전면전 예고…국내 업계 '설상가상'
[ 박희진 기자 ] #서울 광화문에서 지난해 말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 촛불집회의 열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으로 전달됐다. 촛불집회를 생중계하는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엔 '좋아요'를 의미하는 수만개의 엄지가 떠다녔다. 현장에 나가지 못한 네티즌들은 동영상 하단 채팅방에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며 현장을 지켜봤다.
#지난해 12월26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을 통해 "여기는 구치소가 아닌, 최순실 보호소다. 현재 국정조사를 방해하고 있다.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의 휴대폰을 겨우 받아 공개방송을 하고 있다"고 외쳤다.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은 짧은 기간동안 우리 일상을 파고 들었다. 앞으로 이러한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은 물론 페이스북이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까지 커다란 TV 화면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됐다. 페이스북이 출시를 준비 중인 TV용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그동안 페이스북 라이브는 모바일 앱과 PC 웹에서 시청이 가능했다. TV 앱이 나오게 되면 이용자들은 TV에서도 모바일이나 PC에서처럼 페이스북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동영상을 공유하고 시청할 수 있을 전망이다.
페이스북 TV앱은 '공유'와 '소통'에서 유튜브 보다 강점을 가질 전망이다. 영상을 보면서 '페친(페이스북 친구)'과 소통하는 시청 경험이 TV로 옮겨올 수 있어서다. 때문에 유튜브 이용자들이 갈아탈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예측이다.
업계의 판도 변화도 예측된다. 페이스북은 최근 동영상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에 '유튜브 천하'로 굳혀졌던 국내 동영상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지가 관심거리다. 정보기술(IT) 업계는 페이스북이 강력한 소셜네트워크를 무기로 유튜브와의 전면전에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 페북이 만든 동영상, TV로 본다
페이스북은 지난 14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애플TV와 아마존 파이어TV, 삼성 스마트TV 앱스토어에 앱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TV 앱은 페이스북 비디오를 보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출시 시기나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고 있지 않다. 하지만 페이스북 TV 앱을 통해 라이브 영상뿐 아니라 친구들이 공유하거나 올린 영상, 페이스북이 자체 제작한 콘텐츠 등을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의 TV 앱 출시를 두고 '동영상 콘텐츠 확대와 플랫폼 확장의 일환'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직접 동영상을 제작하고 해당 콘텐츠를 내보내는 플랫폼으로 모바일뿐 아니라 TV를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테크런치는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더 많은 동영상을 소비하길 원한다"며 "새로운 동영상 시청 방식은 향후 더 전문적으로 생산될 콘텐츠를 목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자체 TV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인력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미국 MTV에서 드라마 제작을 총괄했던 미나 르네브르 전 MTV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뉴스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대상으로 라이선스 협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OTT 시장 1위 유튜브 넘을까
페이스북이 동영상 서비스를 확대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광고 매출의 성장이다. 주요 수익원인 광고 사업에서 IT 업계 새 먹거리로 떠오른 동영상 광고를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국내 동영상 광고 시장을 선점한 것은 세계 1위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 유튜브다.
디지털마케팅 전문회사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 유튜브가 벌어들인 광고 수익은 약 1168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페이스북은 2위로 1016억원의 동영상 광고 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강력한 소셜네트워크를 확보한 페이스북이 동영상 서비스를 확대하면 그 기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튜브의 대항마로도 손색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향후 소셜네트워크와 다양한 플랫폼, 양질의 동영상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다면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페이스북은 라이브 영상 등을 통해 충성도 높은 시청자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전세계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매일 1억 시간의 동영상을 시청했다. 페이스북이 유튜브의 '대항마'로 운운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한편 국내 OTT(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도 애가 타는 상황이다. 유튜브를 상대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페이스북까지 동영상 시장 전면에 나선다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는 포털과 이동통신사, 방송사 등이 OTT 서비스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유튜브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유튜브가 잠식한 나머지 동영상 광고 시장을 나눠먹고 있는 가운데 또다른 외국기업의 진입은 달갑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플랫폼 영향력과 기술력 자본력 등을 고려할 때 유튜브는 물론 국내 OTT 서비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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