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우 기자 ] ■ 금주의 시사용어
보험사기
금융감독원은 고의로 접촉사고를 내고 총 15억원의 보험금을 받은 보험사기 혐의자 35명을 적발했다. 차선 변경 중인 차량에 고의로 접촉하는 등 사고를 낸 뒤 장기간 치료를 하며 보험금을 편취했다는 설명이다. …”
▶한국경제신문 2월14일자 A10면
보험사기가 늘면 보험사는 손실 보전을 위해 보험료를 올리게 되죠. 결국 선량한 다수의 가입자가 부담을 떠안게 되는거죠.
보험사기는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내용에 관해 보험사를 속여 보험금을 청구한 행위를 말한다. 기사와 같은 치밀한 자작극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보험금을 최대한 받기 위해 암암리에 저지르는 꼼수도 엄밀히 말하면 보험사기다. 예컨대 교통사고로 차 범퍼만 긁혔는데 문짝까지 바꾸거나, 별로 다치지 않았는데도 병원과 짜고 일부러 입원하는 ‘나이롱 환자’ 등이 모두 포함된다.
지급되는 보험금이 늘면 보험사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 보험사기가 선량한 다수의 국민에게 금전적 피해를 주는 ‘악질 범죄’로 꼽히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011년 4237억원, 2013년 5190억원, 2015년 6549억원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전체 보험사기 규모는 연간 4조5000억원(2014년 기준)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또 이로 인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액이 가구당 23만원, 1인당 8만9000원 늘었다고 분석했다.
보험사기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생명보험 최초의 살인범죄는 1762년 영국 ‘이네스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네스라는 남성이 수양딸을 1000파운드짜리 생명보험에 가입시킨 뒤 독살해 사형을 받은 것. 한국 최초의 보험사기는 일제강점기 때였다. 1924년 매일신보에는 《보험외교원(보험모집인)의 협잡》이라는 제목으로 보험금을 타려고 허위 사망신고를 했다가 적발된 사건이 실렸다. 1975년엔 언니, 형부, 조카를 방화로 살해하고 시동생은 우유로 독살해 보험금 147만원을 타낸 ‘박분례 사건’이 사회를 경악케 했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가 갈수록 지능화·조직화·흉포화되고, 평범한 일반인까지 발을 들이는 사례가 많아지는 점을 우려한다. 심지어 10대 청소년의 적발도 증가 추세다(2009년 508명→2014년 1326명). 보험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퍼진 데다 걸려도 80%가량은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끝나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이 최근 대폭 강화됐다. 지난해 9월 시행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죄를 형법상 사기죄보다 무거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거액의 보험사기는 무기징역까지 가능해졌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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