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보수정당이라는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좌클릭 경쟁이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재벌 개혁, 지배구조 개선, 경제정의를 외치는가 하면 골목상권, 전통시장 보호 등 경제민주화 깃발은 더욱 높이 치켜든다. 보수정당들이 내놓은 정강·정책이나 입법안들을 당명만 빼고 보면 어느 야당이 발표했다고 해도 그냥 넘어갈 정도다. 지난해 말 서로 갈라서면서 ‘가짜 보수’ 논쟁을 벌이더니 이제는 야권과 선명성 경쟁이라도 벌일 태세다.
어제 자유한국당은 골목상권 보호 및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두부 떡 된장 등 중소기업 적합업종 3년 연장, 복합쇼핑몰도 월 2회 강제휴무, 420개 전통시장 주차장 100% 보급(1조2000억원 소요)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동안 알려졌던 대기업 중심 당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겼다”고 강조했다. 또 일감몰아주기, 불공정행위 처벌 등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바른정당은 재벌 견제를 위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제계가 우려하는 야권의 개정안과 대동소이하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법 개정도 검토 중이다. 구여권까지 가세했으니 당장 이달 임시국회에서 반시장·반기업 입법이 본격화하게 생겼다.
두 당을 합쳐도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의 절반밖에 안 되니 그 의도를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하지만 보수정당 간판으로 반기업 정서에 함몰돼 규제를 양산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그동안 친기업이어서 지지율이 떨어졌나. 이리저리 눈치나 보고 경제민주화니, 사회적경제니 하며 정체성마저 상실한 게 근본 문제다.
골목상권을 보호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기업경영은 더 투명해져야 한다. 하지만 보수정당의 공약이 부작용만 잔뜩 드러낸 경제민주화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과잉 입법이라면 곤란하다. 그런 공약은 야권에 차고도 넘친다. 골목의 비명소리는 자영업 과포화에 원인이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기업이 활성화돼 일자리 압력을 완화해야 할 텐데 무조건 기업을 때리는 게 ‘개혁’인 줄 안다. 보수정당이 반시장·반기업으로 치닫는다면 지지율을 지키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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