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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년 늙는다는 셀프 집짓기…설계 단계부터 세금·비용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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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건축서비스업체 '친절한 친환경 디자인 하우스 프로젝트' 서동원 대표

명의 어떻게 할지 실제 거주할지 별장으로 쓸지 자녀에게 증여할지
모든 문제 세금과 직결돼 있어

설계에 너무 돈 아끼면 디테일 정교하지 않아 시공 도중 더 많은 비용 들 수도



[ 조수영 기자 ]
“내 집을 짓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건축주가 됩니다.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모두 건축주의 책임이 되지요. 집을 짓는 과정을 잘 이해하고 단계별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주택건축서비스업체 ‘친절한 친환경 디자인 하우스 프로젝트(친친디)’의 서동원 대표(40·사진)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기 위해 국어·영어·수학을 기본으로 배워야 하는 것처럼 집을 짓기 위해서는 세금·사업계획·부동산 정보부터 점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친친디는 개인 건축주를 대상으로 집 설계, 감리, 예산관리부터 하자관리까지 전 과정을 컨설팅하는 업체다.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임대수익을 노리거나 교외에 전원주택을 짓는 것이 직장인의 꿈이다. 하지만 자금이 있다고 해서, 부지를 마련했다고 해서 선뜻 집짓기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건축 과정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고 건축주와 시공업체 간 분쟁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집 짓다가 10년 늙는다’는 말이 회자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서 대표 역시 집 짓는 과정에서 쓴맛을 봤다. 그는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MBC 시트콤 작가 공채 2기로 작가 생활을 시작한 ‘글쟁이’다. ‘일밤’ ‘섹션TV’ 등 예능프로그램을 비롯해 영화 ‘B형 남자친구’ 시나리오에도 참여했다. 어느 날 서 대표의 재산 전체에 압류가 들어왔다. 그가 상속받은 경기 양평 땅에 부친이 주택단지 개발을 시작한 것이 발단이었다. 땅 명의를 따라 사업자 역시 그의 이름으로 등록됐는데 시공사의 하도급 업체가 부도를 냈다. 업자 간 갈등이 길어지면서 민사소송이 1년 넘게 이어졌다. “나중에 돌아보니 계약서가 너무 허술했고 중재해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모든 진행 과정이 말만 무성했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더군요.”

당초 명의상으로 사업자였지만 결국 직접 재판과 사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직접 시공업체를 차려 그가 소유한 양평 부지에 집을 네 채 지었다. 건축주와 시공업자 입장을 모두 겪어보자 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개인 건축주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는 1~2인이 운영하는 영세한 규모의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체계적인 매뉴얼도 없었고 여러 현장의 재정을 돌려막기 하다 보니 한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현장까지 연달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반면 건축주가 기대하는 서비스 수준은 그보다 높았다. 10억~20억원의 큰돈을 투자하는 만큼 당연한 기대였다. 하지만 시공업자 입장에선 큰 돈이 아니어서 그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를 못 느끼고 제공할 능력도 없었다. “결국 건축주는 시장을 너무 모르고, 시공업자는 너무 영세하다는 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고 서 대표는 말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일본의 주택기획사였다. 전문성이 부족한 개인 건축주를 대신해 예산, 기획, 설계, 시공 등 전 과정을 조율해주는 업체가 활성화돼 있다는 점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주택 건축 전 과정을 지원할 전문가를 불러모았다. 부동산 전문 세무사, 신탁사 출신의 금융전문가, 현장소장을 지낸 시공전문가, 부동산 컨설턴트까지 힘을 합치면서 집짓기에 대한 모든 서비스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건축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 최저가로 쾌적한 집을 지어보자’는 구상에서 2015년 말 ‘친친디’가 시작됐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유료 회원에게 건축주로서 필요한 기본 교육 및 견적 산출, 건축 전 과정의 파트너 선정 및 하자관리, 금융 지원 등까지 모든 정보와 인력을 제공한다. 지난해 경남 산청에 친친디 프로젝트 1호 주택이 탄생했고 서울 합정동 봉천동을 비롯해 경북 안동 칠곡 성주 등 전국 22곳에서 집짓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친친디 카페에서는 2000명 이상의 예비건축주가 건축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서 대표는 “집짓기에 앞서 건축주도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부분으로 세금을 꼽았다. “집을 지을 경우 명의는 어떻게 할지, 실제 거주할지 별장으로 활용할지, 자녀에게 증여할지 등 모든 문제는 세금과 직결돼 있다”며 “사업 설계 단계부터 세금을 비용으로 반영할 수 있고, 자신의 신용도를 초반에 점검하고 넘어가야 향후 비용조달 과정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자신의 요구와 방향을 분명하게 밝힌 사업계획서를 준비하고 집을 지을 땅에 대한 도로계획, 용적률, 상하수도 등 부동산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좋은 건축가와 시공업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설계에 너무 돈을 아끼면 함량 미달의 설계안을 받게 됩니다. 당장은 설계비를 줄이더라도 디테일이 정교하지 않아 후일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지요. 건축가와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는 시공사를 선택하면 공사 과정에서 시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서 대표의 꿈은 ‘주택시장의 알리바바’다. 정보기술(IT)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신만의 경영철학으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닷컴을 설립한 마윈 회장처럼, 건축 전문가가 아니지만 콘텐츠와 철학으로 주택시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셀프헬프 집짓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집짓기에 필요한 기본 틀과 점검 매뉴얼을 완비해두고 건축주가 입맛대로 필요한 서비스를 고르는 개념이다. “어떤 분은 원스톱 서비스를, 어떤 분은 특정 단계 서비스만 필요로 할 수 있죠. 각 단계를 도매가로, 투명하게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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