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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일본 뭇매 맞는데…트럼프 공격 대상서 한국만 열외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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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드

무역·안보분야 막말 쏟아내다 취임한 후 별다른 언급 안해

중국·일본·독일과의 '통화전쟁' 집중…"한국, 아직 차례가 안왔을 뿐"
견고한 한미동맹 때문이란 분석도

측근들, 정규재TV 인터뷰 보며 한국 정치상황 예의주시하기도



[ 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벌레’다. 하루에 잠을 3~4시간만 자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는 70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하루 3개주 5개 도시를 도는 ‘살인적인 유세’를 견뎌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새벽 6시부터 트위터를 날리고, 하루평균 4~5개의 빽빽한 일정을 소화한다.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대화 스타일도 후보 때 그대로다. 당선되면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것조차 대부분 원안 고수다. 대선 경선과 본선을 거쳐 대통령이 됐는데도 트럼프는 트럼프 그대로다.

그런 트럼프의 입에서 ‘한국’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대선 과정에서는 수시로 한국 관련 강경 발언을 하던 그였다. 지난해 3월 워싱턴포스트를 방문했을 때다.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45%를 부담한다면 왜 100%는 안 되느냐”고 공세를 폈다. 중서·북부의 쇠락한 공업지대(러스트벨트) 유세를 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인 일자리를 죽이는 나쁜 협정’이라고 못박았다. 대통령이 되면 금방이라도 재협상 카드를 들이밀 것처럼 몰아쳤다.

막상 취임한 후로는 한국을 겨냥해 강경 발언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불공정하다”(1월23일) “중국, 일본이 자국 환율을 조작할 때 우리는 바보처럼 쳐다보고만 있다”(1월3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은 재정 분담금을 제대로 내라”(2월6일) 등 주요국에 ‘직격탄’을 날렸지만 유독 한국만은 예외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에 ‘살갑기’까지 하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첫 해외방문 국가로 한국을 택했다. 방한 중 방위비 분담금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장관을 한국에 먼저 보낸 것도, 방위비 얘기를 하지 않은 것도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서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났을 때 양국 공조를 강조하기 위해 한국말로 ‘찰떡궁합’이란 표현을 외워왔다고 한다.

각국 외교전이 펼쳐지는 워싱턴 외교가도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대략 세 가지 해석을 내놓는다. 아직은 ‘한국 순서가 아니다’는 해석이다. 중국 일본 독일 등 소위 ‘덩치’들을 손보기 바빠 한국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고 한다.

원론적인 해석도 있다.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전통적인 미국의 외교정책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이 겹치는 부분이 한·미 동맹”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견고한 한·미 동맹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한국에 친화적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 보이지 않는 한국 전문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의 박근혜 대통령 단독인터뷰 인터넷방송을 통역관을 옆에 붙여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했다고 한다.

백악관이 한국의 대통령 탄핵사태와 대선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지속적으로 조언을 구하고 있는 셈이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백악관 쪽에서 한국 대선 과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발언이나 조치를 의도적으로 삼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유세 때와 달리 한국을 언급하지 않는 배경은 세 가지 중 하나일 수도 있고,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런 분위기를 살리고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내는 외교가 필요한 때다.

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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