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산 오포가 약진하면서 삼성전자가 많이 밀렸다는 소식(한경 2월6일자 A2면)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지난해 1분기 삼성 애플 화웨이 오포 비보 순이었으나 4분기에는 오포 애플 화웨이 비보 삼성 순이 됐다. ‘갤노트7 단종’ 여파로 삼성이 5위(13.1%→9.4%)로 미끄러진 반면 오포는 7.9%에서 12.3%로 뛰었다.
중국 제품의 약진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한국 시장을 치고 들어오는 속도도 무서울 정도다. 품목도 저가 완구류나 농수산물에서 이미 벗어났다. 올 들어서는 승용차도 진출했다. 중형 SUV 한 모델은 1999만원이라는 가격으로 올해 한국에서 3000대를 팔겠다며 기염이다. 중국산 55인치 TV는 80만원대 가격으로 230만원대인 한국산과 차별되는 중저가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가성비’를 내세운 그 나름의 시장개척이 놀랍다.
한국이든, 세계 시장이든 중국산이 범람할수록 우리 기업들은 더 긴장되고 고충도 늘어날 것이다. 소비자에겐 좋아도 당사자들에게 경쟁이란 고통에 다름 아니란 사실은 어디서나 같다. 그렇다고 ‘중저가 중국산 비상!’이라는 식의 구호나 단순한 경계감이 대응법이 될 수 있을까.
중국산이 한국 시장 이곳저곳을 점해 들어오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으로 봐야 한다. 개방화, 세계화, 자유화에 따라 우리 생활의 더 많은 부분을 ‘메이드 인 차이나’가 차지할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성장해 왔다. 국제 가치사슬 체계에서 항구적인 안전장치는 없다. 결국 삼성은 더 고급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고, 현대·기아자동차는 도요타·벤츠 시장을 노리며 달려나가는 게 사는 길이다. 무수한 중소·중견기업도 기술력과 생산성에 매진하며 고급 시장을 개척하는 길뿐이다. 물론 뒤처지는 기업도 나올 수 있다. 중국의 추격을 보면서도 사업 구조개편을 소홀히 한 조선산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밀려드는 중국산에 ‘환영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막연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필요없다. 우리는 한 단계 더 고급·고가 시장을 개척해가는 게 근본 대응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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