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업계 첫 3조원대 이익
에쓰오일도 이익 107% 급증
정제마진 늘고 화학 호황 덕에 정유사들 '곳간' 두둑해져
배당·성과급도 역대 최대 전망
[ 주용석 기자 ]
국내 정유 4사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4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가 전년(4조7321억원) 대비 70% 가까이 늘어난 8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정유·화학업종을 통틀어 처음으로 3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정유 4사의 배당금과 성과급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 39조5205억원, 영업이익 3조2286억원을 올렸다고 3일 발표했다. 저유가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매출은 전년보다 1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양호한 정제마진(원유를 정제해 얻는 이익)과 유례없는 화학업종 호황 덕분에 63% 늘었다. 2011년 기록한 영업이익 최대치(2조9595억원)를 뛰어넘었다.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非)정유부문이 2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SK이노베이션은 “비정유 중심의 사업구조 혁신과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 사업이 성과를 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1조692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107% 늘어나며 이전 최고 기록(2011년 1조6337억원)을 갈아치웠다. 역시 석유화학과 윤활유 부문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아직 작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유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각각 사상 최대인 2조640억원과 97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 호전에 힘입어 정유사들은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배당금으로 주당 6400원, 총 5965억원의 배당금을 책정했다. 2015년에는 주당 4800원, 총 4474억원을 배당했다. 에쓰오일도 콘퍼런스콜에서 “그동안 연간 40~60%의 배당 성향을 유지했다”며 “대규모 투자에 상관없이 주주친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직원 성과급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설 연휴 직전에 개인 평가에 따라 기본급의 800~1000%(연봉의 40~50% 수준)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2015년(기본급의 500~600%)보다 성과급 규모가 대폭 늘었다. 연봉이 7000만원 정도인 부장급 직원은 세전 기준으로 최대 35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작년 말 각각 기본급의 600%(격려금 300%, 성과급 300%)와 200%(격려금)를 지급했고 추가 지급 가능성도 있다.
정유사들은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최대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 다우케미칼의 고기능성 접착 수지(EAA) 사업부를 4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데 이어 추가 인수합병(M&A)을 모색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18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울산공장에서 4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는 잔사유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정유업계에선 올해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만큼 올해 이익 증가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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