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논란만 거듭해온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 문제가 또 다음 정부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가 2028년 부지 선정, 2053년 본격 가동을 골자로 하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관련 법안(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 및 유치지역 지원법안)을 11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는 감감무소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탄핵정국으로 해당 법안이 의원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탓이라고 하지만 도대체 그게 이유가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시간적으로 보면 올해부터 정부가 부지 선정작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의 우려다. 이런 판국에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로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이러다 대선정국이 조기에 닥쳐오면 민감한 사안은 미루자며 법안 처리가 아예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다음 정부에서 법안이 처리된다는 보장도 없다. 야당은 탈핵을 부르짖는 데다 여당 또한 영화 ‘판도라’ 등 반(反)원전 분위기에 몸을 사리는 눈치다. 이런 식이면 차기 정부 또한 방폐장 문제를 무기한 연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그러는 사이 고준위 방폐물의 포화 시계는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 한빛·고리원전, 2037년 한울원전, 2038년 신월성원전이 차례로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각 원전에 임시저장시설을 확충해 당장 급한 불을 끈다지만 방폐장 건설이 지연될수록 임시저장시설도 곧 한계에 이를 것은 자명한 일이다. 원전 인근 주민들의 아우성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점도 큰 부담이다.
정치권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방폐장은 찬핵, 탈핵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원전을 기동하는 상황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설령 향후 원전을 폐로한다고 하더라도 방폐장은 피해갈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고 미룰수록 손해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방폐장법을 통과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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