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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지친 나를 위로…'탕진잼'으로 쑥쑥 큰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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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10조원대로 성장

카카오프렌즈 상품 수 2000개 돌파 '인기폭발'
매장 하루 1만5천명 찾아

불황·불안·불만 '3불 시대'
감정 표현 공유하는 캐릭터…적은 돈으로 위안과 재미



[ 배정철 기자 ]
‘사자 모양의 라이언(RYAN), 단무지를 본뜬 무지(MUZI), 복숭아를 연상케 하는 어피치(APEACH).’

카카오프렌즈가 내놓은 대표적인 캐릭터 상품이다. 카카오가 처음 캐릭터 상품을 내놓은 것은 2015년 5월. 카카오톡 이모티콘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출시 후 1년6개월 만에 상품 종류는 2000개까지 늘어났다. 벌써 오프라인 매장만 19개를 냈다. 젊은 소비자들 덕에 카카오프렌즈는 불황형 상품으로 불리는 캐릭터 시장의 성장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다.

◆2030 캐릭터와 공감하다

지난 20일 서울 홍대입구 전철역 인근에 있는 카카오프렌즈 매장을 찾았다. 1~3층 매장은 20~30대 여성들로 가득 차 있었다. 2층 계산대 앞에는 결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의 손에는 라이언 볼펜, 스티커, 공책, 액자, 휴대폰 케이스, 옷 등이 들려 있었다. 서울 강남역 등 다른 매장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한다. 카카오프렌즈 관계자는 “많으면 하루 평균 1만5000명이 매장을 방문한다”고 했다. 작년 7월 강남점이 문을 열자, 한 달간 45만명이 찾았다고 전했다.

젊은이들이 캐릭터를 찾는 이유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탈출구’라고 했다. 서 교수는 “실업과 불안한 미래 등 심리적 불안감을 극복하려는 젊은이들이 캐릭터라는 초현실적 세계를 통해 작은 탈출구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릭터 상품을 보면서 외로움을 극복하고 위안과 재미를 얻으며 ‘힐링’하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불황형 상품이라 부르는 이유는 적은 돈을 투자해 큰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소한 소비,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말로 ‘탕진잼’의 일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2015년 카카오에서 분사한 카카오프렌즈는 이런 흐름에 공감이라는 코드를 입힌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캐릭터를 통해 ‘화남’ ‘슬픔’ ‘기쁨’ 같은 감정 표현을 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불황과 가치 소비가 만나다

캐릭터산업의 성장은 소비 패턴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과시 소비가 소비문화를 지배했다. 1990년 10개였던 백화점 점포 수는 환위기 전까지 30개로 늘었다. 사람들은 ‘브랜드(이름)’를 소비했다.

그러나 불황이 지속되자 과시 소비보다 자기 자신을 위한 가치 소비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 이모티콘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세대가 소비 주체로 성장하면서 캐릭터 상품을 사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카카오프렌즈 관계자는 “실업과 불황에 따른 불안한 미래를 캐릭터를 통해 위안받는다”며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접한 세대가 소비 주체로 성장한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10조원대로 추정되는 이 시장에 기업들도 잇따라 발을 들이밀고 있다. SPC삼립은 카카오프렌즈와 손잡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빵’을 내놨다. CU는 방향제와 립밤 등 생활소품 시리즈 ‘프렌즈 에브리데이’를 출시했다. 카카오프렌즈는 현재 14개 기업과 23건의 협업을 진행 중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서 “오락·문화 소비 지출은 전 분기 대비 10.5% 증가했다”며 “캐릭터산업은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해 음악 다음으로 성장 폭이 컸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대다수 젊은 세대인데 암담한 미래에 재미와 위로를 줄 수 있는 대상을 원하고 있다”며 “불황이 계속되면 캐릭터 상품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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