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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TPP 탈퇴' 이후] "한·미·일 3각 FTA 맺어 새로운 글로벌 통상질서 주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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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전문가들 '한 목소리'

TPP 폐기후 미·일 협상 대비 한국이 먼저 큰 그림 제시를
한·미·일 FTA 추진은 중국에 협상력 높일 기회
민주주의·시장경제 지향하는 선진국 모임으로 발전시키자



[ 오형주 기자 ]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로 펼쳐질 새로운 글로벌 통상·안보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한국 미국 일본 간 3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통분모로 한 새 자유무역지대 결성에 한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통상 전문가들은 조만간 이와 관련한 논의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한·미·일 FTA로 대(對)중 협상력 키워야

한·미·일 FTA를 추진하자는 제안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부터 국내 통상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TPP 폐기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공언한 만큼 한국도 이에 발맞춰 새로운 통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몇몇 통상 전문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정부에 관련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TPP 폐기로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서 한·미·일 3국 동맹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며 “이때 한국이 한·미·일 FTA라는 전략적 카드를 던져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수년간 한국의 대외정책에서 중국 편향이 도드라지면서 미·중 사이 균형이 무너진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TPP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중국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만큼 한국이 굳이 목을 맬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TPP 폐기 후 본격화될 미·일 양자협상이 한·미·일 FTA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본다. 최 교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도 손잡겠다는 트럼프의 미국이 일본을 걷어찰 리 없다”며 “미·일 경제안보 동맹이 될 이 협상에 한국이 합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공언한 한·미 FTA 재협상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한·미·일 FTA 추진은) 중국에 한국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몸값을 올리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전이 없는 일본과의 FTA 체결에도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정 본부장은 “지금까지 한·일 FTA 체결에 부정적인 국민 정서가 걸림돌이었지만 한·미·일 3자 틀로 끌고 가면 좀 더 부드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서 공론화 작업 착수

한·미·일 FTA는 향후 영국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 등 NAFTA 국가와 호주 뉴질랜드 등을 아우르는 자유무역지대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 교수는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영국이 한·미·일 FTA에 참여하거나 미·영 간 협상에 한·일이 끼어드는 식의 구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와 법치,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새로운 선진국 모임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원장은 “한·미·일·영에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등을 묶어 TPP를 대체할 자유무역 협의체로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미국과 일본이 당장 이런 구상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한국이 전략적 차원에서 이런 구상을 먼저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 교수는 “미국 보수주의 싱크탱크 관계자들도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과거 일본이 TPP에 매달렸을 때는 현실성이 떨어졌지만 이제는 일본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국제통상학회는 조만간 전문가들을 모아 한·미·일 FTA와 관련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올해 학회장을 맡은 최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100일에 맞춰 라운드테이블 등을 기획 중”이라며 “단순히 경제·통상 문제를 넘어서 외교·안보 측면까지 고려한 국가 대전략 차원에서 한·미·일 FTA를 의제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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