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손님요? 별로 없어요. 춘절 대목이다 뭐다 하는데 다 옛말이예요"
(서울 명동 한 화장품 매장 직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한국의 설에 해당) 연휴를 이틀 앞둔 25일 서울 명동. 점심 시간이 막 지난 오후 1시30분 거리는 추운 날씨 못지 않게 썰렁하다.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는 직장인 사이사이 중국인 관광객이 오고 간다. 하지만 관광객 수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명동 거리를 가득 메운 것과 비교하면 눈으로 보기에도 확연히 줄어든 수준이다.
명동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인 화장품 매장에서도 이들을 찾아보긴 쉽지 않다. 무리를 지어 몰려 다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 대신 둘 혹은 많아야 셋 정도의 개별 관광객(싼커)만이 화장품을 사러 들른다.
◆ 유통업계, 춘절 기대보다는 긴장
유통업계가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최대 대목인 춘절을 맞아 기대보다는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높아진터라 올해 춘절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중국 춘절은 한국 설 명절에 해당하는 것으로, 중국에서는 노동절·국경절과 함께 3대 연휴로 꼽힌다.
이번 춘절 연휴는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60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들이 해외 여행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명동 입구에 위치한 국내 한 대형 화장품 브랜드 매장 직원은 "TV에서는 춘절 특수니 그런 얘기를 하는데 정작 매장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다"며 "사드 영향에 날씨까지 추워서 손님이 더 뜸하다"고 한숨 쉬었다.
이 직원은 "작년만 해도 중국 손님이 하루종일 쉴새없이 왔었다"며 "요즘엔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명동역 지하 상가에 있는 또 다른 화장품 매장 직원도 "중국인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며 "오히려 중국인 보다는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손님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매장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린린 씨는 "친구와 둘이 여행 왔다"며 "주변 친구 중에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나 아예 더 멀리 유럽으로 여행가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명동 인근에 있는 한 백화점 매장 직원은 "예년 같았으면 벌써 중국 손님들로 북적북적 했을텐데 아직까진 조용한 편"이라며 "아무래도 사드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달 평균 90~100만명에 달하던 중국인 관광객은 사드 배치 논란이 본격화한 지난해 말부터 50만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저가 여행 단속을 이유로 단체 관광객을 제한하면서 유커 비중은 한때 60%에서 30%까지 떨어졌다.
◆ 인터넷 방송·할인행사로 지갑 열기
유통업계는 과거와 같은 춘절 특수를 누리긴 어려워도 유커 대신 싼커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그나마 있는 불씨를 되살린단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국에서 활동하는 왕홍(파워블로거)을 초청해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각종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넣은 제품을 특별 판매하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은 싼커 대부분이 80년대생(바링허우)과 90년대생(주링허우)인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화장품 관련 마케팅을 강화했다.
서울 소동공 본점에서 인기 화장품 브랜드의 메이크업 쇼를 열고 이를 인터넷 생방송으로 중국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롯데백화점은 또 잠실점에서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과 연계해 전용 라운지를 운영한다. 이 라운지에서는 무료로 다과와 음료를 제공하며, 씨트립을 통해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이완신 마케팅부문장은 "백화점을 찾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이 꾸준히 늘면서 연령대로 낮아지고 있다"며 "연령대가 낮은 싼커를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장품 업체 올리브영은 병아리가 그려진 홍빠오(중국에서 세뱃돈을 넣는 붉은 봉투)를 제작해 관광상권 매장을 방문한 모든 중국인 관광객에게 제공한다.
홍빠오 안에는 마스크팩과 할인QR코드, N서울타워 입장 할인쿠폰 등이 들어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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