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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발연 부산학연구센터,『서부산 낙동강 문학지도』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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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유역의 민족지적 서술을 통한 서부산의 모습을 담다

서부산 낙동강은 행정구역상 부산에 속한 낙동강, ‘부산 낙동강’을 가리킨다. 길이 22㎞, 60리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복잡한 그곳에 굽이굽이 남아있는 옛날 부산의 문학적 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는 보고서가 나왔다.

부산발전연구원(원장 강성철) 부산학연구센터는 서부산 낙동강 문학지도를 25일 발간했다. 문학지도를 그리는 것은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장소와 공간을 추적하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삶을 따라 장소의 기억을 되새기며 이를 통해 지금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다. 서부산 낙동강을 끼고 살아온 사람들뿐 아니라 강과 모래, 모든 생명체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인류학적 고찰을 시도했다.

서부산 낙동강 문학지도에는 근대의 여명에서부터 근대화 속의 낙동강,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낙동강의 세월을 담아보고자 했다. 근대 초기 작품들에서는 민중들이 낙동강 에 대해 품고 있는 장소감, 장소애를 뚜렷이 볼 수 있다. 동시에 낙동강의 반복되는 수해는 강 주변 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양가적 장소였다. 일제 식민지 시기에는 민족의 표상이 됐다. 이광수의『무정』에서 낙동강은 인물들이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곳이었으며, 조명희의 『낙동강』에서는 민족의 고난과 슬픔이 진하게 녹아 있는 곳이었다.

낙동강 하류 지역은 강을 통한 물류 이동이 많고, 하중도가 발달해 왕래를 위한 나루터가 자연스레 발생했다. 서부산 낙동강에는 강서구, 북구, 사상구, 사하구 등지에 70여 곳의 나루터 지명이 전해져 오고 있으며, 나루터가 확인된다.『낙동강』과『최보따리』를 쓴 조명희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 낙동강 소금뱃길을 수차례 탐사했다고 한다. 명지 소금은 돛단배에 실려 낙동강 줄기를 따라 경상북도 안동까지, 서쪽으로는 지리산 인근의 단성까지 전달됐다. 영남지역의 중요한 교통로로서의 역할은 1950년까지 이어졌다. 일제 강점기에 신작로와 경부선 철도가 생겨나면서 나루터는 쇠퇴하기 시작했다. 명지도의 염전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약 60%가 사라졌다. 소금 생산을 포기하지 않았던 염민들에게 광복과 함께 일시적인 부흥이 오는 듯 했다. 그러나 1959년 9월 태풍 사라가 염전을 모두 쓸어갔다. 현재 명지의 옛 염전은 간척사업 이후 대부분 파밭으로 바뀌었다. 한 때는 소금이, 한 때는 파가 명지의 특산물이 됐다. 지금은 명지 주거단지가 들어서고, 인근에 산업경관이 펼쳐져 있다.

풍요로운 삶의 터전이었던 낙동강이지만 때로는 재난의 무대이기도 했다. 사행천인 낙동강은 여름철 폭우에 자주 범람했다. 저자들은 김정한의 소설『모래톱 이야기』를 통해 그 모습을 엿볼 수 있음을 알려준다. 문학작품뿐 아니라 일제 시기의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낙동강의 ‘범람’과 ‘재난’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재난의 공포는 당시 일제 식민지와 같이, 저항할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러 작품에서 낙동강 ‘슬픔’의 정서는 식민지민의 정서와 맥을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방 이후에도 낙동강의 범람은 여전히 문제였다. 해방과 함께 식량은 최대 사회문제가 됐다. 낙동강의 범람은 남한의 식량과 직결된 문제였다. ‘낙동강’을 무대로 “따라지”의 이야기를 풀어냈던 요산 김정한이 이 주제에 비켜설 수 없었던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적어도 낙동강 유역의 삶에 애정을 가진 작가에게서, 식량문제를 통해 당대 지배 엘리트들, 모리배와 간상배의 교란들을 외면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 낙동강 문인들의 자취도 새롭게 정리하고 있다. 서부산 낙동강 문학지도의 중심에는 “낙동강 파수꾼”이라 불리는 요산 김정한 선생의 소설이 있다. 그 외에도 포석 조명희, 이문열, 강인수, 최해군 등의 소설적 흔적이 배치돼 있다. 문인들의 자취는 가덕도, 다대포, 하단, 에덴공원과 을숙도, 구포 등지에서 허만하, 김형술, 강은교 김상화 등의 시어(詩語)로 되살아나고 있다.

강서구에 많은 공단이 들어서면서 낙동강 하구지역이 변하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를 맞고 있는 상징적인 곳이다. 연구책임을 맡은 구모룡 교수(한국해양대)는 “각종 개발계획과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서부산 낙동강의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문학지도를 되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서부산과 나아가 부산의 원형질적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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