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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한국이 그렇게 부패한 나라였어요?”였다고 한다. 리치몬트그룹코리아 직원들은 ‘공직자와 언론인 등에게 부정한 청탁을 금지하기 위한 법’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또 “부정청탁 금지법이라고 하면서 왜 한국 기자들한테 시계 박람회 입장료를 내게 하느냐”, “왜 기념품을 5만원 미만으로 제작해야 하느냐”는 등 질문 공세를 받아야 했다. 한국지사 담당자들은 “법 시행 이후 처음 열리는 시계 박람회이기 때문에 시범 사례로 걸리지 않기 위해 법에 저촉되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한국 기자들은 다른 나라 기자들과 달리 하루에 약 5만원의 입장료를 냈다. 각 브랜드는 신제품 정보를 담은 USB, 책자 등과 함께 주는 기념품도 한국 기자들을 위해 따로 제작했다. 무거운 책자 등 자료를 담아갈 여행가방을 기념품으로 준비한 파네라이는 이 제품의 단가가 5만원이 넘는다는 걸 알고는 한국 기자들을 위해 티셔츠를 따로 만들었다. 이 티셔츠를 챙기느라 중요한 USB를 빼먹은 파네라이 본사 직원 때문에 한국 직원이 기자들을 찾아가 USB를 일일이 전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시계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수 있는 저녁 갈라쇼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제네바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공장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 공장 방문 일정도 빠졌다. 주최 측이 제공하는 교통 편의가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 시계 브랜드 담당자는 “수십년 해온 취재를 목적으로 하는 공장 투어, 저녁 행사도 법에 걸릴까봐 열지 못하는 것을 본사 경영진에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민지혜 제네바/생활경제부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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