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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역시 작은 정부가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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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불행케 하는 작금의 혼돈
비대한 국가권력의 예견된 행로
근본적 처방은 정부권한 제한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얼어붙은 정국으로 대한민국은 온통 폐쇄된 감옥에 갇힌 형국이다. 외교는 꽉 막혀 있고 경제의 어려움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의 정치 행보뿐이다. 이들은 모두 깨끗하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여태까지 그런 대국민 약속을 하지 않았던 후보자는 없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약속 달성은커녕 부정부패가 다반사였다. 이는 곧 개인적 특성과 성향에만 의존하는 정치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대통령의 능력과 도덕성이 국정의 성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절한 법적 제도에 의해 보완 및 견제되지 않으면 그런 약속은 공허한 것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적절한 법적 제도란 국가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인 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람들이 세금을 내면서 국가 구성원이 되는 것은 국가가 자신들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가 만들어지면서 새롭게 창제되는 국가 권력은 언제나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위협이 되므로, 이를 헌법으로 적절히 제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처럼 정부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 한 태극기가 촛불을 끄든 촛불이 태극기를 태우든 한 편의 지지를 얻어 집권하는 새로운 정권도 결국 부패의 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전부냐 전무냐의 정권 다툼은 치열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 특히 승자연합에 속한 사람들은 다툼의 과정에서 치른 노고에 대한 대가를 얻어야 하니 정권 말기의 부패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모든 정권이 그랬다. 그 와중에 어려움에 처하는 이들은 촛불이나 태극기를 든 이른바 주권자라고 불리는 바로 그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작금의 현실은 언뜻 보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세력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개인과 국가 간의 문제를 표현하고 있다.

지금 기업들은 거액의 금전을 출연당하고 부정부패의 원흉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면서 대중의 분노 대상이 돼 있다. 그러나 막강한 국가 권력에 순응하지 않았던 기업들이 공중 분해된 과거의 경험이 생생한 지금, 기업들이 정부의 요구를 감히 거절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거절할 경우 돌아올 유·무형의 불이익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제력이 대폭 줄어들면 권력과 기업 간 금품 거래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양자 간에 오간 금품의 대가성 여부를 밝히기 위해 나라의 수사력을 총동원해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대가성 여부가 범죄의 구성 요건으로는 중요할지 모르나 이는 부차적인 것이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또 대의(大義)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돈 심부름꾼들이 나라를 황폐화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결국 지금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가는 방법은 정부의 권한부터 제한하는 것이다. 정부 권한이 줄어들면 어느 사회 구성원이든 기댈 수 있는 정부의 강제력이 없으므로 시장에 남는 것은 오로지 경쟁뿐이다. ‘공정한 경쟁’이란 바로 이를 말하는 것이다.

정부는 외부의 적과 내부의 약탈자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방과 외교 및 치안,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복지 등에 집중하고 나머지 영역에서는 손을 떼야 한다. 막강한 힘을 가진 정부의 문제는 그대로 남겨둔 채 촛불과 태극기를 들고 승부를 가려봐야 양 진영 간 일시적인 공수(攻守) 교대일 뿐 작금의 현실을 낳은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성찰할 수 있는 정치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적 고갈 상태를 넘어 대한민국의 정치 선진화와 항구적 번영을 위해서는 우선 문제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부터 길러야 한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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