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9 도입 땐 대기업 여신도 '흔들'
은행들 대손충당금 급증
여신 운용 보수화 가능성
[ 이지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1월23일 오후 3시10분
2018년부터 한국에서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인 IFRS9이 시행되면 두산중공업, LG상사, 포스코건설, 대한항공 등 주요 대기업들의 여신건전성이 ‘정상’에서 ‘요주의’로 재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당금 적립 부담을 느낀 시중은행들의 여신 운용이 보수화될 가능성이 커 일부 기업은 자금 회수 압박에 시달릴 전망이다.
23일 A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IFRS9 손상적용에 따른 재무영향 분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IFRS9 도입으로 두산중공업, 포스코건설, 대한항공, LG상사, 이랜드리테일 등의 여신건전성이 정상(STAGE 1)에서 요주의(STAGE 2)로 재분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도율이 1% 미만일 때를 ‘낮은 신용위험 상태’라고 가정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은행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따라 여신건전성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눈다. 현행 기준 정상은 대출자산에 대한 충당금을 대출금의 0.85%만 쌓으면 되지만, 요주의로 분류하면 7~19%로 충당금 적립을 늘려야 한다.
A은행은 현재보다 LG상사는 2배, 대한항공은 약 3.1배, 두산캐피탈은 8.5배 더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IFRS9이 손상 발생의 객관적 증거가 있을 때만 충당금을 인식하도록 했던 기존의 ‘발생손실’이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까지 인식하도록 하는 ‘예상손실’을 적용해 충당금을 쌓도록 해서다. 기존 12개월 기준이 아니라 잔존만기 기준 누적부도율을 적용하는 점도 충당금 규모를 증가시키는 이유다.
금융업계는 IFRS9이 도입되면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은행별로 현재보다 10~30%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IFRS9에서는 은행별 기준에 따라 기업별 부도율 산출 방식이 달라진다”며 “충당금을 현재보다 10배 더 쌓아야 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권의 대출심사가 깐깐해질 가능성이 커 신규 대출을 원하는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면 은행권의 여신 정책이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여신 성장 목표치를 6%로 잡았던 B은행은 올해 그 절반인 3%로 줄였다. 구조조정 위험이 높아진 기업들에 대한 대출심사 문턱을 높인 것은 물론이다. 여신건전성 요주의 기업에 대해선 순차적으로 대출 축소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주의 기업에 대해 곧바로 대출 회수에 나서진 않겠지만 신규 대출은 제한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회계제도 대비 차원에서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올해 여신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IFRS9
2018년 1월부터 한국에서 시행되는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 은행, 보험, 카드, 캐피털사 등 대부분 금융회사가 적용 대상이다. 대손충당금을 산출할 때 기존 발생 손실에서 미래 예상 손실로 기준을 변경한 것이 핵심이다. 만기가 긴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