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AI의 '테스트베드'
자유로운 실험환경 조성…자율차 연구 등에 활용
AI, 스타크래프트에 도전장
[ 유하늘 기자 ]
‘스타 기업가’ 엘론 머스크가 공동 설립한 미국의 비영리 연구회사 오픈AI는 얼마 전 게임을 이용해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을 실험할 수 있는 소스 ‘딥드라이브’를 일반에 공개했다. 딥드라이브를 내려받은 뒤 인기 게임 ‘GTA5’에 올려 구동하면서 현실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율주행 AI를 마음대로 개량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 측이 공개한 실험 영상을 보면 AI로 운행하는 차량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피츠버그시에 있는 리버스 카지노에서는 지난 11일부터 프로 포커선수 4명과 카네기멜론대가 개발한 인공지능 ‘리브라투스’가 대결 중이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첫 대회에서는 인간이 승리했다. 하지만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결에서는 인공지능이 선수 4명을 판돈 68만달러 차이로 앞서고 있다.
체스(1997년 딥블루)와 바둑(2016년 알파고) 등 보드게임에서 인간을 꺾은 인공지능이 게임을 통해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포커, 자율주행차,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이같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게임이 이처럼 AI 연구에 폭넓게 활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임이 AI를 연구하고 실험하기 최적화된 환경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재준 엔씨소프트 AI센터장(상무)은 “현실 세계에서 AI를 연구하려면 환경을 통제하기 어렵고 많은 횟수를 반복 실험하기가 힘들지만 게임 속에서는 이 같은 제약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오픈AI 관계자도 “게임 속에서 자율주행차 AI를 실험하면 실제 주행 테스트의 시속 제한(약 40㎞)과 안전 문제 등 현실적 제약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AI는 e스포츠에서도 인간에 도전할 예정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인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2’를 제작한 블리자드와 손잡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순서에 따라 번갈아가며 진행하는 바둑과 달리 여러 가지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므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종 엔씨소프트 AI센터 팀장은 “스타크래프트는 훨씬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인간을 꺾으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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