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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행동 엇갈리는 중국] '두 얼굴' 시진핑…안에선 보호주의 빗장, 밖에선 "자유무역" 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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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언행 일치해야"
중국서 사업하는 외국기업에 합작사 만들고 중국산 강요
반 세계화 정책 '수두룩'
한국엔 사드 전방위 보복

WSJ "시진핑은 민족주의자…세계화와는 모순되는 인물"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제47회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례총회 개막 연설을 통해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적극 옹호하는 글로벌 리더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주도하는 보호무역주의 흐름을 겨냥한 듯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계화가 각국이 직면한 각종 문제의 근원으로 비난받아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발언에 “20세기였으면 미국 대통령 연설로 오해할 정도였다”고 비꼬았다. 중국이 보이고 있는 행보를 감안할 때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는 시 주석의 말엔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주중 독일대사 “중, 언행일치해야”

시 주석의 다보스포럼 개막 연설 내용은 지난주부터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미하엘 클라우스 주중 독일대사는 연설을 앞둔 지난 16일 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중국이 펴고 있는 실제 경제정책은 세계화에 위배되고 있다”며 “중국은 언행을 일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정부 고위 관료들이 말로는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주의를 비난하면서 정작 중국 내에서는 적잖은 보호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다.

클라우스 대사는 대표적인 사례로 일부 산업의 합작사 의무설립 규정을 들었다. 중국 정부는 자동차와 2차전지 등 주요 산업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기업에 반드시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외국 기업이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중국 측 합작 파트너에 기술을 이전해야 하는 것은 보호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가 작년 말 영·유아용 분유 제품을 등록할 때 지식재산권 증명자료를 제출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클라우스 대사는 “외국 기업이 감독당국에 회사 최고 기밀을 제출해야 하는데 감독당국은 중국 현지 경쟁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지도자들은 항상 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환영한다며 공평한 대우와 지재권 보호를 약속하지만 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떠나는 글로벌 IT 기업들

중국 정부의 보호주의 조치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홍콩 언론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지난 4일 중국 내 인력 200명을 오는 3월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사내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세계 최대 하드디스크 제조업체인 시게이트는 10일 장쑤성 쑤저우에 있는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내 인건비 상승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자국 IT 제품 우대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CMP는 “중국 정부가 보안상 이유로 공공기관이나 국유기업 등에 국산 IT 제품 사용을 종용하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 과도한 기대는 금물”

WSJ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시 주석이 취임 후 지금까지 보여온 행보를 근거로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옹호한 시 주석의 발언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WSJ는 “시 주석은 완고한 민족주의자로 많은 면에서 세계화와는 모순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취임 후 문화예술·교육 등 분야에서 서구적 가치관 확산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도입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도 여전히 허용하지 않고 있다.

FT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로 중국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각종 경제 보복에 나서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외교·안보 문제를 빌미로 한국 기업에 대한 반(反)시장적 보복 조치를 가한 전례를 감안할 때 중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 질서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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