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결국 유럽연합(EU)과의 완전 결별, 즉 ‘하드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역사적인 의회연설을 통해 관세동맹과 EU 단일시장에서 깔끔하게 동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일정한 분담금을 내면서 단일시장 접근권만은 유지하는 ‘노르웨이 모델’ 같은 ‘소프트 브렉시트’가 아니라 완전한 분리를 결정했다. 영국은 리스본조약 50조를 3월 말까지 발동해 2년간의 EU 탈퇴협상을 시작할 방침이다.
메이의 ‘하드 브렉시트’ 결단은 가히 역사적이다. 영국은 단일시장 접근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자율적 입법·사법권, 독자적 이민·국경통제권, FTA 체결권 등을 선택했다. 영국의 이 결정으로 유럽 통합의 꿈도 막을 내렸다. 독일과 프랑스가 영국에 대한 징벌적 협상을 공언한 만큼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U 측도 ‘체리피킹’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영국 내부에서도 회원권을 제한적으로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에 대한 요구가 컸지만 영국은 결국 ‘가보지 않은 길’을 결행한 것이다. 제국을 경영해 본 경험이 있는 용기있는 자들만이 가능한 도전이다.
작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쌓인 자신감이 강경한 선택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민투표 이후 영국 경제는 오히려 인상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당초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내수경기를 말해주는 신차 등록대수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위대한 글로벌 무역국을 선언했다. EU와 대담하고 야심찬 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유럽 국경을 넘어 세계의 다른 국가와도 자유무역 관계를 맺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험로가 예상된다.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의 실토처럼 경제모델 자체를 바꿔야 하는 도전적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브렉시트는 전후 70년 국제질서를 재편하는 역사적 이벤트이기도 하다. 국가주권 등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의 한편에서는 세제와 각종 제도개혁 과정에서 각국의 혁신경쟁이 치열하게 촉발될 것임도 자명하다. 이미 영국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법인세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지금부터라도 거대한 움직임에 올라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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