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림 감독 신작 '더 킹' 18일 개봉
"한국만큼 권력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있을까요?"
한재림 감독의 신작 '더 킹'은 현 근대사의 부조리함을 꼬집고 있다. 하지만 신명 나는 마당놀이처럼 풍자와 해학으로 무게감을 덜었다.
이 영화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평검사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쳐지는 이야기다.
앞서 개봉했던 범죄드라마들은 주로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대한민국의 폐해를 지적해 왔다면 '더 킹'은 권력가들의 민낯을 도리어 들춰내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더 킹'의 언론시사회에서 한재림 감독은 "권선징악을 다룬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 감독은 "최근 언론의 작은 힘이 어떤 게이트들에 불을 붙였고 시민을 분노하게 했다"면서 "결국 작은 힘들이 모여 큰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희망과 주인의식"이라면서 "그런 감정을 관객들이 느끼고 '세상을 바꿀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더 킹'은 삼류 인생 아버지 밑에서 보고 자란 양아치 고등학생 태수가 검사로 성장하면서 벌어지는 30년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 남자의 일대기를 통해 인생의 우여곡절과 희로애락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몰입하게 한다.
특히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격동의 시절을 겪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치열한 뒷모습이 아닌 우아하고 클래식하게, 때로는 재치있는 풍자를 통해 전개하면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한재림 감독은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이 이 정도 현대사를 거치며 살아왔는데 한국 사회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살기 편한 곳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있었다"라면서 "피해자 입장에서 그리는 영화 말고, 권력자 입장에서 영화를 그리면 그들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2008년 '쌍화점'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조인성은 존재 자체가 태수로 느껴질 정도로 그동안에 축적한 내공을 발산했다.
조인성은 "진하게 연기하면 관객이 지치고, 가볍게 연기하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 '톤 앤 매너'에 대해 감독과 상의를 많이 했다"면서 "관객이 지치지 않고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라고 말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대한민국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한강식 역은 '명불허전' 정우성의 몫이었다.
그는 "예고편을 보고 실존 인물들을 거론하며 모티브로 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면서 "우리는 모두 부조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이 부조리함과 타협할 때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한강식의 오른팔이자 권력 앞에서 순종적인 검사 양동철 역은 충무로의 신스틸러 배성우가 맡았다.
배성우는 "개인의 드라마이지만 통찰력있게 현대사를 바라본 작품"이라면서 "디테일에 대해 가장 신경 썼다. 사실 기댈만한 대본과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기에 마음 놓고 연기할 수 있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충무로의 라이징스타 류준열은 선배 정우성의 고향 친구이자 그의 추악하고 더러운 면을 도맡아 처리하는 들개파 2인자 최두일 역을 맡았다. 검사들이 주인공인 이 영화에서 유일한 '어둠'을 맡고 있다.
류준열은 "다 검사인데 나만 '조폭'(조직폭력배)이라 부담이 되긴 했다"라면서 "검사가 조폭 같고, 조폭이 검사 같을 때가 있다. 건달의 전형적인 멋스러움이나 까불까불 거리는 모습보다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감독은 태수의 내래이션을 통해 관객들이 욕망과 권력의 세계를 직시할 수 있게 인도한다.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이지만 주인공들의 밸런스를 맞춰 경쾌하고 위트있게 서사 해 영화적 재미를 전달했다.
조인성은 "'더 킹'의 매력은 공감과 제시가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관객이 감정을 이입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희망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영화 '더 킹'은 오는 18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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