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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입시·취업 수단이 된 공부 그 자체로 즐길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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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한현영 < 금천구립독산도서관장 >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란 제목을 접했을 때 공부를 잘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공부의 달인’들의 비법을 다룬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면서 이런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내용에 놀랐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이야기, 대학에 가려고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부터 죽어라 공부하지만 정작 대학에 들어가서도 다시 취업을 위해 공부해야만 하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 그렇게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학교와 학원 공부에 지쳐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고전 평론가로 유명한 저자는 우리가 갖고 있는 공부에 대한 편견을 깨고 공부에 새로운 의미를 정립해 준다. 단순히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공부하는 것, 암송과 구술을 통해 소리로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스승과 친구를 만나 함께하는 것이 공부라고 한다. 서로가 배움의 열정을 가지고 시작해 무엇을 배우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면서 배우고, 서로가 서로에게 배운 것을 나눠주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공부라고 한다.

호모 쿵푸스(HOMO KUNGFUS)는 ‘일상 전체를 온몸으로 공부한다’는 의미에서 다시 정립된 ‘공부하는 인간’이다. 호모 쿵푸스에게 공부는 쿵푸(功夫·KUNGFU)처럼 온몸으로 배우는 공부, 앎에 대한 열정과 배움의 기쁨으로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학습하는 공부다.

저자에게 공부란 개인의 욕망인 돈과 권력 등을 위한 것이 아니고 젊었을 때만, 머리가 좋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기가 선 자리에서 한걸음씩 나갈 수 있는 것이 공부다.

저자는 근대 이후 축소된 공부의 의미에서 벗어나 ‘앎의 즐거움’과 ‘배움의 열정’에서 공부를 시작할 것을 주장한다. 고전에서 배운 지혜와 고전을 응용한 공부법을 제시하며 근대적 공부를 넘어선 새로운 공부의 세계로 안내한다. 역사 속 ‘공부의 달인’의 일상생활 공부를 살펴보며, 공부가 우리 삶에 기여하는 구체적인 현장을 보여준다.

저자가 쓴 내용처럼 개인과 개인이 서로 경쟁하며 살아가지 않고 함께 모여 책을 읽으면서 지혜도 배우고 함께할 친구도 사귀는 사회가 될 수는 없을까.

저자는 사람들에게 “큰 아파트, 외제 자동차, 부동산 따위가 정말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는가”라고 물으면 다들 말문이 막혀 버린다고 했다.

‘언제부터 그것을 욕망하게 됐는지, 또 그 욕망이 행복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다. 그건 질문의 대상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이다. 아마 유머 감각이 좀 있는 학생이라면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 “아무 이유 없어!” 맞다. 이 욕망의 질주에는 아무런 이유도, 명분도 없다.… 앞만 보고 달리는 맹목의 질주-이게 우리 시대 공교육의 현실이다.’(20쪽)

이 책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교육 문제를 지적하며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방법을 직접 실천하는 저자의 모습이 대단해 보인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들이 ‘새로운 공부법’을 읽으며 공부에 대한 새로운 열정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고미숙 지음, 북드라망, 240쪽, 1만2900원)

한현영 < 금천구립독산도서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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